과거 군사정권 시절엔 공사석을 막론하고 대통령을 욕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곤욕을 치렀다. 만약 참여정부에서 같은 일을 저지르면 어떻게 될까?’
술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한 시립합창단 지휘자가 여당과 일부 누리꾼(네티즌)들의 비난 속에 사표를 제출하자,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준공무원 신분인 안양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오모(57)씨는 지난 10월7일 합창단원 10여명과 가진 비공식적인 술자리에서 ‘노시개’라는 시중의 속어를 거론했다. '노시개'는 노무현 대통령을 욕설로 지칭한 말.
오씨의 이 같은 발언은 2개월 뒤인 지난 7일 한 누리꾼에 의해 일반에 알려졌다. ID가 '김석준'인 누리꾼은 안양시 홈페이지에 “오씨가 ‘노시개’라는 구호로 건배를 제의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언행이다. 당장 오씨를 해임하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로 파문이 일자, 오씨는 지난 14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은 18일 "스스로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시는 오씨를 즉각 파면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오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호를 외친 것이 아니라 택시운전사에게서 들은 ‘노시개’라는 말을 가볍게 농담식으로 한 것”이라며 “술자리에서 한 말을 부풀려 시와 합창단의 명예를 실추시킨 제보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오씨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수천건의 글을 올리며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kcjcomcom’는 “대통령을 욕하는 게 무슨 문화인 것 마냥 무책임하게 욕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용서 할 수없다. 당연히 징계해 무책임한 공무원들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 ‘ccsoda’도 “공무원이 사석에서 견해를 표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바람직스럽지 못한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다면 품위 손상”이라고 오씨를 비난했다.
‘alsguddyd62’는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통령을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비난하는 것은 공무원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행동이다”, ‘didyon’도 “공무원이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을 것이지, 왜 쓸데없이 술을 먹으면서 대통령을 씹는지, 그 시간에 시민들 굶는 걸 생각이나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반면 ‘민주국가에서 그 정도의 말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오씨를 옹호하는 글도 적지 않다.
‘ksd6099’는 “지금이나 군사독재 시절이나 똑 같다. 그런 말 한마디에 파면을 시키다니”, ‘cdoyk384’도 “입 만 떼면 민주화를 떠들면서 술자리에서 대통령 욕 좀했다고 잘라? 정말 ‘노시개’네요”라고 반발했다.
‘baek1114’는 “듣지 않는데서 무슨 말을 못하나. 독재시대보다 더하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인가”, ‘comcode’도 “노 대통령이 경제나 외교는 망친거고 그나마 유일하게 민주화에 공로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짱 헛 것"이라며 오씨를 옹호했다.
한편 참여정부 출범이후 공직자가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문제가 된 사례는 크게 2건.
지난 1월 경찰청 특수수사과 소속 여경이 사석에서 동료 여경들에게 노 대통령의 가족과 관련한 악성 루머를 언급한 것이 문제가 돼 인사조치 됐다. 또 지난 11월에는 현직 경찰이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노 정권은 하야하라. 김정일 2중대’라는 제목으로 대통령과 여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파면됐다. 그는 경찰의 IP추적으로 검거됐으나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구속은 면했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