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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믿기 힘든 임창용 협상조건

입력 | 2004-12-21 17:32:00


임창용의 해외진출을 둘러싼 풍문을 듣고 있노라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에이전트 안토니오 남은 21일 “임창용이 보스턴으로부터 5년간 900만 달러 이상의 몸값을 제시받았다”고 전했다. 원래는 5년간 750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더 올랐단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계약이고 세이브나 홀드에 따른 옵션도 있다는 것.

놀라운 조건이다. 이는 지난달 일본 신생팀 라쿠텐이 제시한 3년간 5억 엔 수준보다 나은 것. 이 정도면 임창용이 도장을 맡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계약금에 해당하는 사이닝 보너스가 고작 25만 달러라는 게 이상하다.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인 265만 달러에 육박하는 대접을 받는 선수가 계약금은 최저 연봉(31만5000만 달러)에도 못 미친다니….

선발이 아닌 불펜요원 임창용이 5년 장기계약을 한다는 것도 이상하다. 메이저리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장기계약이 추세였지만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올 겨울에는 LA다저스의 신세대 거포 애드리언 벨트레가 시애틀로 가면서 한 5년 계약이 유일하다. 불혹을 넘긴 나이이긴 하지만 뉴욕 양키스는 애리조나의 ‘빅 유닛’ 랜디 존슨에게 2년 추가 계약을 미끼로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극성스럽기로 소문난 보스턴 언론이 임창용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의심스럽다. 양키스 입단 대기 중인 구대성의 계약 내용은 여태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보스턴의 조건은 이처럼 구체적으로 나온 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임창용은 또 애틀랜타로부터 1년간 총액 250만 달러를 제시받았고 일본 다이에와의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지난해 ‘국민타자’ 이승엽이 미국 진출을 꾀하다 국제 망신을 당하는 것을 지켜봤다. 당시 이승엽은 연봉 150만 달러 이상 받을 수 있을 것처럼 알려졌다가 자존심에 상처만 입은 채 일본으로 방향을 틀었다.

모든 것을 명쾌하게 밝히든지, 아니면 차라리 조용하게 일을 진행하는 게 진정으로 임창용을 위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