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민간 석유회사 유코스를 강제 해체하면서 미국과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시장경제 의지에 대해 잇달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러시아 정부가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를 강제 매각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평판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일”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우리는 유코스 사태가 투자자와 채권자, 직원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되길 기대했으나 이번 경매는 이런 방향과 어긋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지방법원은 “경매를 일시 중단하라”고 판결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경매를 강행했다.
서방 측은 러시아가 옛 소련식의 국가 주도 경제체제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면서 러시아 시장에 투자한 외국자본의 이익이 침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내문제에 대한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서방과의 냉랭한 관계가 지속될 전망이다. 휴스턴 지방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는 “우리는 러시아법만 준수한다”며 일축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