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시개발법 시행령만 개정해 행정특별시 등 신행정수도 대안(代案) 도시를 건설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만들 수 없을 경우 도시개발법을 적당히 손질해 정부의 방침을 밀고 나가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신행정수도 이전은 국민여론을 모두 업어야 된다. 결국 헌법재판소 결정도 국민의 여론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국민에 대한 설득과 다수 국민의 합의가 이런 국가 대사(大事) 추진의 최우선 전제임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앞서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도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은 제로베이스(원점) 상태에서 재검토한 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그 후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무산된 신행정수도의 대안을 찾는 데 있어서 민의(民意)를 폭넓게 수렴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는 감이 있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행정특별시, 행정중심도시, 교육 과학 행정도시 등 세 가지 대안에 대해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들 안에 대한 좀 더 깊이 있고 자유로운 토론과 여론의 검증이 필요하거니와, 그 밖의 대안들도 더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실패한 수도이전 추진 과정을 돌이켜보면 정부의 ‘억지 여론몰이’와 지나치게 성급한 강행이 오히려 수도이전 반대 여론을 증폭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이의 무산에 따른 충청지역 주민의 피해를 키웠다. 정부 여당은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한 수도이전은 위헌이라고 한 헌재 결정문의 취지를 거듭 되새겨 보기 바란다.
행여 무리하게 수도이전 대안을 추진하다가는 자칫 자충수가 될 우려가 있다. 정치권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충청권 주민들에게 또다시 충격을 안기지 않기 위해서도 차분히 국민을 설득하고 더 정교한 법률적 제도적 뒷받침과 안정적 재원 마련 대책을 수립하면서 일을 진척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