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해수욕장에서 바라본 낙조 전경. 이번 주말엔 차디찬 바닷바람을 쐬며 저무는 한해의 기억을 붉은 노을로 채색해 반추해 보면 어떨까. 사진 제공 화성시
백사장에서 고운 모래를 한 움큼 손에 담는다. 이것은 사랑이다. 그러나 모래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이것은 이별이다. 모래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손가락에 힘을 준다. 이것은 미련이다. 그래도 모래는 계속 빠져나간다. 여전히 손가락에 붙어 있는 모래, 이것은 그리움이다. 손가락에 남은 모래를 탁탁 털며 웃음을 짓는다. 이것은 추억이다.
한 해 동안의 사랑과 이별, 미련과 그리움을 모두 추억으로 남길 때가 됐다. 떨어지는 해를 보며 다시 시작될 한 해를 설계해 보자.
▽해송과 석양이 어우러지는 ‘궁평 낙조’=동해에 일출이 있다면 서해에는 일몰이 있다. 서해안의 낙조(落照) 명소를 뽑는다면 경기 화성시 서신면 궁평리 해수욕장을 빼놓을 수 없다.
남양반도 남쪽 끝에 있는 궁평리 해수욕장에는 길이 2km의 백사장, 그리고 백사장 뒤편으로 100년 된 해송(海松) 5000여 그루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해송과 바다가 어우러진 궁평 해수욕장의 낙조는 화성시가 선정한 화성 팔경(八景)의 하나. 바다 속으로 불덩이가 풍덩 빠져버리는 듯한 일몰의 순간은 무척 짧지만 붉은 잔영은 긴 여운을 남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비봉 나들목에서 지방도 306호선으로 갈아탄 뒤 16km를 가다 화성시 송산면에서 지방도 309호선을 이용해 6km가량 더 들어가면 궁평리가 나온다.
궁평리에서 8km 떨어져 있는 제부도 역시 낙조가 매우 아름답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면 바닷길이 열린다. ‘모세의 기적’이라고 부르기는 낯간지럽지만 물 빠진 갯벌 사이 도로를 달려 섬으로 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성시청 음성자동응답 전화(031-369-2361)를 통해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을 미리 알아 둬야 한다.
▽인천 앞 바다의 낙조=마니산 서쪽 해안인 인천 강화군 화도면 장화리에 있는 버드러지 마을은 일명 ‘낙조마을’(http:/nakjo.invil.org)로 통한다.
이 마을에선 31일 오후 3시 반 해넘이 축제를 연다. 축제에 참여하면 낙조 감상과 불꽃놀이, 캠프파이어 등을 즐길 수 있다. 참가비는 1인당 1만 원으로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032-937-5518, 017-709-3418(마을이장)
강화군 외포리 나루터에서 페리로 10분 거리에 있는 석모도에도 낙조 감상 명소가 많다. 낙가산과 해명산 사이에 자리 잡은 보문사는 그중에서도 으뜸. 보문사 옆 눈썹바위에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면 온통 붉게 물든 세상에 탄성이 절로 난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끝까지 달리면 만나는 용유도 을왕리 해변의 낙조도 일품이다. 갯벌 군데군데 박혀 있는 닻이 석양을 받아 드리우는 그림자가 한없이 쓸쓸한 서정을 자아낸다.
▽길에서 맞는 낙조=경기 평택시 포승면과 충남 당진군 송악면을 잇는 길이 7310m의 국내 최장(最長)의 다리인 서해대교에서 맞는 낙조도 특별하다. 서해대교 가운데 있는 행담휴게소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그 자체가 한 폭의 동양화다. 행담휴게소의 주차공간은 1829대로 넉넉하지만 주말에는 교통체증을 감수해야 한다.
요즘 일몰 시간은 오후 5시 15분경. 낙조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해가 떨어진 후에도 노을은 10여 분 동안 지속된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