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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최고령 복서 최영곤씨 “경기 졌지만 ‘나’를 이겨 만족”

입력 | 2004-12-24 02:14:00

“후회 없이 싸워 내 자신에 만족한다.” 최고령 한국챔피언에 도전한 45세의 대학교수 출신 복서 최영곤 씨. 비록 KO패를 당했지만 “다시 링 위에 오르겠다”고 투지를 불살랐다. 대구=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더 버틸 수 있었는데 허무합니다. 이 나이에 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하지만 기회가 오면 다시 링에 오르고 싶습니다.”

45세의 나이로 최고령 한국챔피언에 도전했던 대학교수 출신 최영곤 씨의 꿈이 아쉽게 좌절됐다. 최 씨는 23일 대구 엠파이어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웰터급 한국챔피언 결정전에서 22세 아래의 몽골 출신 대바이라에게 6회 2분 5초 만에 KO패했다.

최 씨는 경기 초반 아웃복싱을 구사하며 강펀치 소유자인 대바이라를 효과적으로 막았으나 6회 들어 거칠게 몰아친 대바이라의 펀치를 맞고 쓰러졌다.

경기 후 고종오 씨(47) 등 최 씨의 친구 10여 명은 “우리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졌지만 정말 대단하다”라며 땀에 젖은 최 씨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최 씨는 이날 패배로 프로통산 5승(2KO)5패. 대바이라는 19승(17KO)3패로 한국챔피언에 올랐다.

최 씨가 복싱을 시작한 것은 97년부터. 건강을 위해 하루 두 시간씩 꾸준히 운동을 하다 97, 98년 신인왕전에 출전해 두 차례 모두 준결승까지 올랐다. 부산예술대 이벤트 연출과 교수였던 최 씨는 최근 대학 측의 구조조정으로 학교를 떠난 상태.

최 씨는 “생활 속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복싱이야말로 나만의 이벤트”라며 “패하고 용기가 조금 꺾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1시간만 지나면 다시 링 위에 서고 싶은 게 복서”라고 말했다.

최 씨의 얼굴엔 언제 졌느냐는 듯 투지가 가득했다. 최 씨는 현재 대학을 상대로 복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대구=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