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볼링을 평정한 ‘정사마’ 정태화. 미혼인 그는 뛰어난 경기력과 함께 남성미 넘치는 카리스마를 지녀 여성팬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핀을 노려보며 릴리스 하는 정태화의 눈매가 날카롭다. 사진 제공 볼링코리아
일본에 ‘용사마’만 있는 게 아니다. 볼링 마니아들 사이에선 ‘정사마’ 돌풍이 거세다.
프로볼러 정태화(37·한독건설). 그는 24일 발표된 전일본프로볼링 포인트 랭킹에서 2550점으로 당당 1위에 올랐다. 일본 진출 2년째인 지난해 상금 랭킹 1위(605만8000엔)에 이어 명실상부한 정상에 오른 것.
그는 올해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지난해까지 3승을 올린 데다 매 대회 착실하게 포인트를 쌓았다. 특히 이달 초 변용환의 우승으로 끝난 시즌 결산대회인 전일본선수권에선 마지막 한 게임을 남겨 놓고 8위였으나 290점을 기록하며 일거에 일본 선수 4명을 제치고 4위로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했고 3위, 2위마저 차례로 꺾으며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면서 포인트 랭킹 1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위인 사다마쓰 야스유키와는 불과 2포인트 차.
정태화가 1년에 10차례 정도 일본대회 출전을 위해 경기장에 나타나면 수십 명의 여성 팬이 몰려들어 사인을 부탁하고 박수부대가 따라다닌다.
그가 이처럼 ‘정사마’가 된 데는 실력 외에 플러스알파도 작용했다. 지난해 8월 믹스더블스대회에선 같이 팀을 이뤄 혼성으로 출전한 일본 여자 선수를 번쩍 안아 몇 바퀴를 도는 우승 세리모니를 했다. 이에 엄격하기로 소문난 일본 볼링계가 뒤집어진 것은 물론. 일본에선 우승하면 기껏해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정도이기 때문.
그러나 여자 선수와 팬들 사이에선 ‘터프하다’, ‘멋있다’는 감탄사가 쏟아졌다.
정태화는 파이팅이 뛰어나다. 스트라이크가 나오면 주먹을 불끈 쥔다. 멘털 게임인 볼링의 특성상 스스로 최면을 걸고 상대를 위압하려는 행동이다. 또 스플릿이 생기면 안타까운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한때는 머리도 길게 길렀다. 이 모습이 배용준을 연상케 한 것 같다는 게 그의 말.
일본에서의 3년간 총상금 수입만으로도 1억 원을 돌파한 정태화는 아직 미혼이다.
“내년에는 올해 2위에 머문 애버리지 랭킹(217.79점)에서도 1위를 차지해 트리플 크라운에 오르겠다. 그런 다음 본고장인 미국 무대로 진출하겠다.”
볼링 때문에 결혼 시기를 놓쳐 10년 넘게 만난 연인이 이젠 친구처럼 돼버렸다는 노총각 정태화의 세계 정복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