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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뿌리읽기]애도(哀悼)

입력 | 2004-12-26 18:16:00


哀는 금문(왼쪽 그림)에서 口(입 구)와 衣로 구성되었다. 口는 입을 그렸고, 衣는 목과 옷섶이 함께 그려진 상형자이다. 그래서 口는 슬퍼 우는 哭(곡)을 상징하고, 衣는 초상 때 입는 상복을 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보다 더 슬픈 것이 있을까? 그래서 ‘슬픔’의 의미를 곡소리(口)와 그때 입는 옷(衣)을 합쳐 만들었다.

悼는 의미부인 心(마음 심)과 소리부인 卓으로 구성되어, 슬퍼하는 마음(心)의 의미를 그려 냈다. 卓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서 있는 사람(人·인)과 早(새벽 조)로 이루어졌는데, 일찍(早) 서는 아이(人)를 말했다. 금문의 다른 자형에서는 早가 子(아이 자)로 바뀌어 이러한 의미를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直立(직립)은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다. 곧추 서서 걸어다님으로써 인간의 두 손은 해방될 수 있었고, 해방된 두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고 노동을 함으로써 문명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래서 일찍부터 설 수 있다는 것은 조숙함으로, 나아가 뛰어난 것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이로부터 卓에는 卓越(탁월)과 같이 뛰어나다, 높다 등의 뜻이 생겼다.

여기서 파생된 倬은 人이 더 보태어져 뛰어난(卓) 사람(人)을, 晫은 태양(日·일)이 높이 떠 강하게 빛나는 것을, 『(탁상 탁)은 나무(木·목)로 높게(탁) 만든 탁자를 말한다.

하지만 높이 있는 것(卓)은 손(手·수)으로 흔들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掉에는 ‘떨어지다’, ‘버리다’의 뜻도 생겼다. 그렇다면 掉에서처럼 悼는 떠나가는 사람을 버리는(卓) 마음(心)이다.

그래서 哀悼의 哀는 상복을 입고 곡을 하는 모습을, 悼는 떠나가는 사람을 버리는(卓) 마음(心)을 그렸다. 즉 哀悼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며 상복을 입고 슬피 곡을 하는 ‘의식(ritual)’을 표현한 단어이다. 이는 죽음을 단순히 슬퍼하기나 극복하기 위한 관습이라기보다는 哀悼라는 절차를 통해 다른 세상으로 떠나 버린 존재와 자신을 분리하는 행위이자 ‘의식’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