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의 송년음악회’ 연습을 위해 모인 서울대 83학번 출신 성악가와 공연 관계자들이 오랜만에 화음을 맞추었다. 앞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규성 임정현 노선호 나승서 홍현종 채지은 씨. 권주훈 기자
“캠퍼스에서 만난 지 20여 년이 흘렀지만 마음만은 모두 푸른 20대입니다.” (홍현종·‘밀라노 오페라 스튜디오’ 대표)
서울대 성악과 83학번 동기동창 성악가 9명이 자선음악회를 마련한다. 29일 오후 8시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사랑과 우정의 송년음악회’. 소프라노 임정원, 테너 나승서 박성도 임정현, 바리톤 김승곤 김종천 노선호 이규성 최관 씨가 푸치니 베르디 등의 오페라 아리아와 국내외 가곡을 채지은 씨의 피아노 반주로 노래한다.
공연을 주최하는 홍현종 대표도 같은 과 동기동창. 반주를 맡은 채씨는 피아노과를 졸업했지만 학창시절부터 성악과 동기들의 반주를 도맡았던 ‘누구보다도 더 같은 과 동기 같은’ 벗이다.
“처음에는 작은 송년 모임을 하자는 제안이 있었죠.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동기가 많아져서…. 그러다가 ‘좋은 일도 하고, 이 참에 동기들 부모님과 가족들도 만나자’는 의견이 나와 일이 커진 거죠.” (이규성)
학교 다닐 때는 서로 ‘담배 끊고 연습 좀 해라’며 핀잔 겸 농담을 건네던 동기들이지만 이제는 저마다 해외 유명 음대를 졸업하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들이 됐다. 나승서 씨는 10월 서울 예술의 전당이 주최한 오페라 ‘라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남자주역 에드가르도 역을 맡아 절찬 받았고, 학창시절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에 참여하기도 했던 임정현 씨는 얼마 전 독창회를 열면서 ‘운동권 출신 성악가’로 화제를 모았다.
“테너 김영환, 바리톤 고성현, 소프라노 조수미 선배 등이 우뚝했던 81학번과는 달리 우리 학번에는 스타가 없었어요. 하지만 거의 모든 동기들이 끝까지 노래 한길로 매진한 것은 우리 학번이었죠. 국내에서 교직에 진출한 몇 명 외에는 모두 유학을 갔으니까요.” (노선호)
노 씨는 “승서(나승서)만 해도 학교 다닐 때는 G(솔)까지밖에 못 올라갔는데, 이제는 높은 C(도)를 자유자재로 낸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공연 소식을 들은 선후배들이, ‘그렇게 몰려다니더니 일내는구먼’ 하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부터 ‘뭉쳐 다니는 학번’으로 유명했었죠.”
이번 공연의 수익금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빈곤가정 9곳을 돕는 데 쓰일 예정. 홍 대표는 “내년부터 다른 과 동기들과도 협연무대를 갖는 등 행사 규모를 키워 더 많은 불우이웃에게 온정의 손길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만원. 02-3446-0270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