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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원재환]무감독시험 초등학교부터

입력 | 2004-12-27 18:31:00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시간이 갈수록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의 충격을 참담한 마음으로 곱씹게 된다. 이번 사건은 정직과 양심이라는 미덕이 우리 사회에서 큰 도전을 받고 있음을 보여 준다. 과연 시험 부정행위를 막을 대책은 없는 것인가.

단순하게 말하면 우리에겐 두 갈래의 대책이 있다. 우선 타율적, 외부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즉, 시험장에 감독자를 더 많이 배치하거나 전파차단기를 설치하는 등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을 강화하면 수험생들은 또 다른 첨단기법들을 고안해 내지 않겠는가. 더 큰 문제는 이런 방법이 비교육적이라는 데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는 물론 학부모까지 시험감독에 투입한다고 하는데 이는 스승과 제자 사이는 물론 친구의 부모까지 불신의 덫을 씌우는 것일 뿐이다.

자율적, 내부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은 어떨까. 다름 아닌 무감독 시험의 훈련이다. 상급학교 진학 때 내신이 필요하지 않으며, 교육적 효과가 빠른 초등학교부터 먼저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순차적으로 중고교와 대학에도 확대 시행하면 될 것이다. 순진하고 이상적인 발상이라고 평가 절하할 사람도 있겠지만 미국 여러 대학에서 명예제도(Honor System)라는 이름으로 이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사관학교, 한동대, 그리고 일부 중고교에서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왜 다른 학교에서는 안 되겠는가.

무감독 시험은 스승은 제자를 믿고, 제자는 자부심을 갖게 돼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가 건강하고 투명해질 수 있는 선순환 제도다. 이렇게 12년 이상 훈련되면 수능, 국가고시, 학교시험 등에서 부정행위가 지금처럼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투명성 문제 때문에 경제가 심각한 상황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격언은 언제나 진리임을 믿는다.

원재환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