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한 사람당 보험 보장액은 3638달러다. 반면 인도네시아 사람은 1인당 14.50달러에 불과하다. 스위스 재보험사가 계산한 지난해 국가별 평균 보험 보장액이다. 단순 계산하면 미국인의 '목숨 값'이 인도네시아 사람 보다 250배나 비싼 셈이다.
'슬픈 현실'이지만, 26일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과 해일로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다시 한번 이런 현실을 되씹어야 할 것 같다.
세계 도처를 할퀴고 간 자연 재해 때문에 2004년은 보험사들에게도 손실이 큰 해였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러나 28일 재보험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동남아 재난 지역이 저개발국이고 보험가입자가 적어 보험사들의 재정적 손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번 지진의 피해가 태국에서 아프리카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미치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손실규모가 50억 달러를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그나마 보험 지급대상도 태국 푸케트, 몰디브 등 일부 유명관광지의 호텔 및 관광업체와 외국관광객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난한 동남아 아프리카 주민들은 전재산은 물론 가족까지 잃는 엄청난 피해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구호품 지급에만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보험금은 상상도 못한다.
사망자만 총 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되는 동남아 지진해일 이전까지 올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재난으로 숨진 사람은 2만 1000여명 정도로 희생자수는 더 적지만 보험금 청구액은 이미 42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8,9월 플로리다 일대와 캐리비안 지역을 잇달아 덮쳤던 허리케인 찰리, 프랜시스, 아이반 등으로 인한 손실 규모만도 27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피해를 입은 관광지도 대부분 최고급 리조트였고 희생자도 대부분 서구 관광객들이었다.
미국 보험정보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아트위그는 "이번 참사는 비극이지만 보험회사들에게는 예상만큼의 손실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이미 보험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동남아 지진해일 피해를 제외하고도 보험금 청구가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 세계 1,2위 재보험사인 스위스재보험사와 뮌헨 재보험사, 독일의 알리안츠, 취리히 파이낸셜 등의 주가는 28일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