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샤크(원제 Shark Tale)’ 속 물고기들은 결정적 순간이 되면 사람처럼 직립보행(꼬리지느러미를 두 발 삼아)을 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 대목은 ‘샤크’가 픽사 스튜디오가 제작한 ‘니모를 찾아서’와는 무척 다른 성격의 애니메이션임을 증언한다.
‘샤크’는 물고기 세계에 빗대어 인간의 무엇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아예 인간사회를 신랄하게 까발리기 위해 물고기란 소재를 ‘빌려온’ 쪽이다.
절대 권력을 가진 상어 대부 ‘돈 리노’(로버트 드니로)에겐 고민이 있다. 둘째 아들 ‘레니’(잭 블랙)가 너무 심약한 것. 어느 날 폭력적인 큰 아들 프랭키가 우연한 사고로 죽고 마침 현장에 있던 작은 물고기 ‘오스카’(윌 스미스)가 ‘상어 잡는 대마왕’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일약 바다의 슈퍼스타로 떠오른다. ‘고래 세차장’에서 일하며 신분상승을 꿈꾸던 ‘오스카’는 심약한 상어 ‘레니’와 짜고 상어를 때려눕히는 가짜 쇼를 기획한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대부 ‘돈 리노’는 ‘오스카’와의 정면 대결을 선포한다.
‘샤크’의 진짜 주인공은 현실 속 인물과 사건을 사정없이 비틀어버린 패러디 그 자체다. 이 영화가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돈 리노’와 ‘오스카’, ‘레니’는 물론 ‘오스카’의 착한 애인 물고기 ‘앤지’(르네 젤위거), ‘오스카’를 유혹하는 팜 파탈 물고기 ‘롤라’(앤젤리나 졸리), ‘오스카’의 못된 고용주인 복어 ‘사익스’(마틴 스코세지)는 모두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혹은 감독)들의 얼굴과 표정까지 쏙 빼닮았다. 앤지와 롤라가 가진 지느러미의 반짝이는 질감, 그리고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하늘거리는 미묘한 운동감은 끝을 모르는 3D 애니메이션 테크닉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샤크’에는 자본주의 사회를 풍자하는 수많은 패러디들이 숨어 있다.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를 흉내 낸 바다 도시에는 ‘피시킹(Fish King)’ ‘코랄콜라(Coral Cola)’ ‘겁(Gup)’ 등 유명 브랜드를 비튼 간판들이 즐비하다. 이름마저 마피아를 닮은 ‘돈 리노’는 영화 ‘대부’의 한 장면처럼 부하들에게서 손등 키스를 받는다.
“비늘 빠지게 일했지만 남는 건 대물림 되는 가난”이라고 외치는 주인공 ‘오스카’에서 드러나듯 ‘샤크’가 풍자의 칼날을 겨누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의 빈부격차와 계층문제다. 랩과 힙합을 좋아하고 흑인식 악수를 일삼는 ‘오스카’는 ‘전망 좋은 펜트하우스’에서 살기를 꿈꾸지만 결국 물고기 사회의 비정한 먹이사슬을 극복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 또 영웅이 등극하는 과정을 흥분 속에 중계하는 TV 뉴스(이때 NBC ‘투데이 쇼’ 앵커 케이티 쿠릭의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미디어 상업주의에 대한 비아냥거림, ‘오스카’에게 갑자기 저자세로 변해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으려하는 복어 ‘사익스’의 모습은 쇼 비즈니스 업계의 추한 몰골이 아닐 수 없다.
내년 1월 7일 개봉. 전체 관람 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