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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2년생들의 꿈과 좌절을 그린 영화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 반을 찾습니다’(1990년) 단 한 편으로 한국 청소년영화의 기억할 만한 이정표를 세운 황규덕 감독. 15년 만에 그가 신작 ‘철수♡영희’를 내놓았다. 이번엔 초등학교 4학년 교실이다. 남녀주인공은 교과서가 낳은 불멸의 커플, 철수와 영희.
4학년 3반 교실에 김영희(전하은)가 전학 오던 날, 박철수(박태영)는 입에 실내화를 문 채 벌을 서다가 영희와 처음 대면한다. 영희는 전학 이틀째에 여자반장이 될 만큼 공부 잘하고 야무진 아이지만 철수는 천방지축 개구쟁이다. 똑똑한 영희에겐 그러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엄마 아빠를 그리워하는 빈틈이 있다. 바야흐로 ‘사는 게 왜 이렇지?’ 생각이 많아지는 철수는 “난 너랑 공부하면 잘할 것 같은데…”라며 살금살금 영희에게 다가간다.
학급 어린이 30명 대부분이 영화가 촬영된 대전 대덕초등학교 학생들로 캐스팅됐다. 그러나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기 위한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대사나 어른 배우들의 캐릭터는 옛날 국어 교과서의 “영희야 안녕” “바둑아 놀자”를 읽는 것처럼 어색하다. 2004년의 4학년 교실이 아니라 감독의 추억 속 4학년의 감성을 재현했기 때문일까.
영화에 생기를 부여하는 인물은 단연 철수. 학원 수업에 빠지려고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엉겁결에 발탁된 이 신인배우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천진함으로 영희와의 ‘뽀뽀신’에 명대사를 남겼다. 내달 1월 7일 개봉. 전체 관람가.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