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강타한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은 유명 인사도, 부자도 비켜가지 않았다.
독일 통일을 이룩해 낸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는 쓰나미가 들이닥칠 때 스리랑카 남부 해안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호텔에 머물던 콜 전 총리는 다행히 스리랑카 공군이 급파한 헬리콥터를 타고 물에 잠긴 호텔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몰디브에서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던 세계적인 액션스타 리롄제(李連杰)는 한때 외부와 소식이 두절되기도 했지만 곧 무사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얼마 뒤 해일 속에서 발휘한 그의 무용담이 알려졌다. 함께 호텔 로비에 있던 딸이 물살에 휩쓸리자 액션배우다운 날랜 동작으로 딸을 구출했던 것.
잔디 위에서 펄펄 날던 축구선수들도 자연의 대재앙 앞에서는 무력했다. 이탈리아 AC 밀란 축구팀의 공격수 필리포 인자기와 주장 파올로 말디니, 유벤투스의 수비수 지안루카 잠브로타는 몰디브에서 파도에 휩쓸렸으나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호주 룰스팀의 축구선수 트로이 브로드브리지는 신혼여행지인 태국 푸껫에서 아내와 함께 해변을 거닐던 중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아내는 피신에 성공했다.
스키월드컵 세부종목 최다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스웨덴 스키스타 잉게마르 스텐마르크는 푸껫에서 약 50km 떨어진 코끌로이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중 해일이 밀려오는 것을 보고 애인과 함께 필사적으로 도망쳐 목숨을 건졌다.
역시 태국 남부 해안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스웨덴의 슈퍼모델 페트라 넴코바는 골반 골절과 내상을 입은 채 8시간 동안이나 나무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버티다가 구조돼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하지만 애인인 패션 사진작가 사이먼 애틀리는 현재까지 실종된 상태다.
할리우드 감독 리처드 아텐보로는 14세 난 손녀를 잃은 데다 딸과 장모까지 실종돼 넋을 잃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