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지진 해일)가 휩쓸고 간 지 이틀 만에 13세 인도 소녀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왔다.
메나 라즈세하르 양은 26일 니코바르 군도의 카르 섬에 있는 인도 공군기지에 있었다. 아버지가 공군 중대장이었기 때문에 기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갑자기 밀어닥친 쓰나미로 라즈세하르 양은 부모를 비롯해 77명의 기지 사람들과 함께 쓸려 나갔다.
그러나 이틀 뒤인 28일 라즈세하르 양은 니코바르 군도의 한 섬에서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소녀는 해변을 멍하게 걷고 있었다. 소녀를 데리고 기지로 돌아온 공군기지 사령관은 “엄청난 재앙을 뚫고 살아난 기적 같은 생환”이라고 소리쳤다.
쓰나미에 휩쓸린 라즈세하르 양이 정신을 차린 것은 격랑이 몰아치는 인도양 한가운데였다. 소녀는 옆을 지나가는 나무 문짝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육지 방향을 알았던 소녀는 해안을 향해서 필사적으로 헤엄쳤다.
인도 공군의 헬리콥터가 이틀 동안 카르 섬 인근 해상을 수색했으나 라즈세하르 양을 찾지는 못했다. 소녀는 “헬리콥터를 볼 때마다 ‘살려달라’고 소리쳤지만 그냥 지나갔다”고 말했다. 라즈세하르 양은 11차례나 헬리콥터를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고 했다.
소녀는 바다에 떠 있는 동안 수많은 바다뱀들이 자신을 공격할까봐 한숨도 자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인도 영자지 힌두스탄 타임스는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한 소녀의 나약한 목숨을 해안으로 밀어낸 것도 모두 파도였다”고 적었다.
라즈세하르 양은 안다만 군도의 블레어 포트로 이송돼 전신의 찰과상을 치료한 뒤 친척들 품에 안겼다. 소녀의 부모를 비롯해 카르 섬 공군기지의 부대원들은 모두 숨졌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라즈세하르 양의 ‘기적의 생환’은 지진과 쓰나미 희생자 유족들이 지푸라기처럼 붙들고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프랑스의 의류공장 사장인 피에르 안드레 부트리 씨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내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린다. 부트리 씨 부부는 26일 태국 푸껫 해안을 거닐고 있다가 쓰나미의 습격을 받았다.
그는 아내 블란딘 씨의 손을 잡고 육지 쪽으로 힘껏 달렸으나 해일에 따라잡혀 넘어지면서 정신을 잃었다. 스위스 관광객의 도움을 받고 깨어나 보니 아내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부트리 씨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지만 결코 기적을 포기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트리 씨는 넓적다리에 난 상처를 동여맨 채 3일째 푸껫 해변을 뒤지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10년 동안 푸껫을 찾았지만 아내와 함께 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15일간 휴가를 즐길 계획이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