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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권대봉]軍인적자원개발 기대 커

입력 | 2004-12-30 17:26:00


정부가 최근 군(軍) 인적자원 개발을 강화해 장병들이 군복무를 하면서도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장병 대다수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한국군의 인적자원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군이 보유한 우수한 인적자원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은 군 전투력 향상은 물론 장병 개개인의 경력 개발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단히 필요한 일이다.

군의 인적자원을 민간 경제력으로 연결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고등학교 졸업 후 남자는 3년, 여자는 2년 군복무를 마쳐야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군은 복무 기간 중에 군이 지정하는 대학, 지정하는 학과에서 4년 동안 교육을 받을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대학 졸업 후 군에서 다시 동일한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다. 군복무 중 본인 명의의 기술 특허를 획득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군 인적자원 개발을 정보기술(IT) 인력 양성으로 특화했다. 지금 이스라엘이 농업국에서 IT 강국으로 변신한 데에는 그 영향이 컸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이스라엘에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구가 600만여 명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를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의 첨단 인력 양성소는 전산학교다. 이 학교에 입학하면 군 의무복무기간 이외에 3년 더 추가로 복무해야 한다. 전산학교에선 6개월 동안 매일 15시간의 강도 높은 수업을 실시한다. 5∼6년의 군복무 기간 중 교육과정과 실무를 결합해 민간 부문에서는 접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기 때문에 전산학교를 통해 배출된 인력이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군 인적자원 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군은 물론 고등교육기관과 기업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 군의 각 병과학교에서 이수한 교육과정을 대학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물론 IT 보안기술, 지형 탐색, 기상예측 등 군의 특장을 최대한 활용해 특수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또 군과 지역적으로 근거리에 위치한 고등교육기관이 보유한 교육 자산을 군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자학습(e-learning)을 통해 대학 강의를 직접 수강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민간 기업이 군에서의 전문 분야 근무를 경력으로 인정해 주도록 민-군 협력 체제를 갖춰야 한다.

앞으로 군 인력의 충원과 양성 계획을 수립할 때는 인적자원 개발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입대 전의 전공이나 사회 경험뿐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평가할 수 있는 정교한 평가도구를 사용해 집중 양성 대상 인력을 선발하고 각 병과학교에 입교시켜야 한다. 병과학교별 수료생들은 해당 전문 분야에 복무하도록 하고, 복무 중 해당 분야의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전역 직전 관련 기업에서 실습할 기회를 부여한다면 전역 후 실무에 즉각 적용할 수 있으므로 장병들이 전역과 동시에 노동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