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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대재앙]韓人 여행가이드, 부상자 14명이나 구해

입력 | 2004-12-30 18:22:00


태국을 휩쓸고 간 지진해일(쓰나미)의 아수라장 속에서도 스스로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관광객들의 구명(救命)을 위해 몸을 내던진 한국인들이 있었다.

푸껫의 ‘한마음투어’ 양현재 차장(32). 해병대 출신인 그는 26일 피피 섬에서 14명을 구해 냈다.

“26일 오전 10시쯤 스노클링을 하러 나가려는데 갑자기 물이 쭉 빠지는 거예요. 일단 내려서 열심히 배를 밀었죠. 그랬더니 갑자기 큰 파도가 밀려왔어요.”

당시 양 차장 일행이 탄 배는 쓰나미 반대 방향으로 내달려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피피 섬의 잘록한 허리 부분으로 파도가 밀려오면서 섬에 남아 있던 관광객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양 차장은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부상자를 구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동조하는 사람이 없었다. 조만간 쓰나미가 다시 몰려온다는 라디오 보도 때문이었다. 구조 헬기가 떴지만,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해 섬을 빙빙 돌 뿐이었다.

“무서웠지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동료 가이드가 한국 손님을 이끌고 섬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는데 저 혼자만 내뺄 수는 없잖아요.”

양 차장은 선장에게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바로 떠나도 좋다”고 말한 뒤 보트를 얻었다. 섬 가까이에 가자 물에 떠있는 시신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호텔 2층 방에 갇혀 있던 부상자들부터 구해 큰 여객선으로 옮겼다. 아이스박스에 있던 소주로 소독을 하고, 다리가 뒤틀리고 팔이 꺾인 외국인에게는 지지대를 만들어 주거나 부목을 대 줬다.

당시 피피 섬에 있었던 또 다른 가이드 김태윤 씨(26).

김 씨는 4명의 가족 여행객을 안내해 26일 오전 피피 섬에 도착했다.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갑자기 쓰나미가 몰려왔다.

아빠와 엄마가 큰아이를 데리고 산으로 뛰어가는 것을 본 김 씨는 남아 있는 동생을 허리춤에 껴안고 뒤따라 뛰었다.

숨이 차자 아이부터 나무 위로 올렸다. 자신은 몇 번이고 파도에 휩쓸려 나뒹굴었다. 김 씨와 4명의 가족은 양 차장이 끌고 온 소형 보트에 구조돼 모두 목숨을 건졌다.

푸껫 선라이즈 게스트하우스의 김용대 사장(39)은 지금도 부지런히 병원을 돌아다니며 포스터를 붙인다. 단체 여행객들의 신상은 여행사를 통해 대부분 파악됐지만 개별적으로 행동하다 실종된 여행객들을 찾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개인 배낭여행으로 피피 섬에 들어갔다 가까스로 살아나온 여행자를 16명이나 확인해 가족들에게 대신 알려줬다. 지금까지 연락이 두절된 2명의 배낭 여행자는 포스터를 병원과 시청에 붙여 놓고 찾고 있다.

“다들 한국 사람 아닙니까.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게 당연하죠.”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