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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지자체 순례]제주도

입력 | 2005-01-02 17:47:00



《2005년은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아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꼭 10년이 되는 해. 어느 정도 지방자치가 정착돼 가고 있는 지금, 나름대로 특색을 살려가고 있는 전국의 16개 광역자치단체를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소개한다. 광역단체장을 만나 해당 지역의 자랑거리와 올해 역점사업도 들어본다.》

반도체생산업체에 근무하는 중견 간부인 김영석 씨(가명·42)는 국제반도체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인수한 김 씨는 차량에 설치된 ‘텔레매틱스 시스템’ 덕분에 회의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회의를 마친 김 씨는 새로 문을 연 노루생태공원(제주시 봉개동)에 들른 뒤 수중 산호생태체험관(서귀포)을 찾았다. 도착 전에 미리 텔레매틱스를 통해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튿날 오전 골프광인 김 씨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가 한눈에 보이는 스카이힐 골프장에서, 오후에는 오름에 둘러싸인 로드랜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는 가족들을 위해 옥돔과 전복을 샀다. 렌터카 안에서 주문을 하고 결제도 마쳤다.

올해 눈에 띄게 달라지는 제주도의 모습을 미리 본 것이다. 제주도는 올해를 국제자유도시 개발에 본격 착수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유비쿼터스 제주관광=정보통신부와 제주도, SK텔레콤 등 민간컨소시엄은 공동으로 올해 7월까지 텔레매틱스 단말기 1000대를 렌터카에 지원하고 내년 7월까지 단말기 2000대를 추가 보급할 예정이다.

텔레매틱스란 인공위성과 무선통신망을 통해 차량 운전자가 교통정보를 비롯해 관광, 문화행사, 레저 등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 제공받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제주문화행사 서비스, 특산품을 주문하고 결제하는 쇼핑서비스, 위급상황 때 119와 자동 연결되는 구조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또 차 안에서 고화질 TV를 보고, 관광지에서는 무선 인터넷망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제주도는 이 시스템이 단순한 내비게이션 기능을 뛰어넘어 ‘자동차 디지털 라이프’를 구현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골프 파라다이스=지난해 제주도의 골프장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골프황제인 타이거 우즈가 처음 방문했고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와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공식 대회가 잇달아 열렸다.

제주지역 골프장이 세계적인 대회를 치르기에 손색이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골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연중 골프가 가능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는 게 강점. 또 교통이 편리하고 골프와 연계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다양하다.

올해 블랙스톤 스카이힐 로드랜드 수농 등 4개 골프장이 개장하면 총 16곳으로 늘어난다. 공사 중이거나 사업예정자 지정을 마친 곳을 합치면 몇 년 내 39곳이 된다.

블랙스톤골프장 원기룡 이사는 “골프장이 늘면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대신 골프장마다 사활을 건 고객유치 경쟁이 벌어져 고객의 입장에선 가격이 싸질 것”이라며 “머지않아 하와이 부럽지 않은 골프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자유도시 선도프로젝트=사람,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 실현을 위한 핵심 사업. 그동안 행정절차 등 준비기간을 거쳤으며 올해 본격 착수된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게 참살이(웰빙) 문화를 주도할 서귀포시의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조성. 74만6000m²에 고급 빌라를 비롯해 보양종합센터, 대체의학센터가 들어선다. 건강과 뷰티, 성형, 재활치료를 할 수 있다. 올해 8월 착공돼 2009년 완공된다.

지난해 10월 국가기술단지로 지정된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는 쾌적한 자연환경에서 휴양을 겸한 연구활동이 가능하다. 생명공학, 정보기술 업체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여기서 국내외 연구진과 화상회의를 하고 연수도 한다. 2007년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국내외 명품 구매층을 겨냥한 ‘쇼핑아웃렛 개발사업’은 올해 민간 사업자가 선정되고, ‘서귀포 미항개발’도 올해 말 청사진이 나온다.

제주대 허향진(許香珍·관광개발학) 교수는 “이들 선도프로젝트가 모습을 갖추면 제주의 관광지도가 크게 바뀌어 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김태환 제주지사 인터뷰▼

약력
△1942년생, 제주 북제주군 출신
△전주고, 제주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제주도 관광개발국장, 제주 시장, 제주도 행정부지사
△대한적십자사 제주도지사회장(1997∼98년)
△민선 2, 3기 제주 시장(1998∼2004년)
△제주도지사(2004년∼ )“올해는 제주가 동북아 관광·휴양도시로 자리매김해 주민소득 2만 달러의 목표를 이루고 ‘국제자유도시 제주호’가 힘찬 항해를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김태환(金泰煥·사진) 제주지사는 2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새해는 제주의 발전과 미래를 좌우할 기념비적인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가 구상하고 있는 승부수는 ‘제주특별자치도’ 준비와 제주국제자유도시 투자사업.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가칭)에 따라 생기는 한국형 자유무역도시. 자체적으로 세금을 매기고 입법권을 행사하는 등 국방, 외교를 뺀 대부분의 국가업무 권한과 책임을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게 된다.

제주국제자유도시 투자사업은 2002년 제정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따라 이미 일부가 시행되고 있다. 제주공항에 내국인 면세점이 개장했고 골프장 특별소비세가 감면됐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습니다. 관광개발을 위해 30개 업체가 9조2600억 원의 투자 의향을 밝혀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김 지사는 “이제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보는 관광’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회의산업을 비롯해 스포츠, 건강, 뷰티 등 체험관광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비 50억 원을 포함해 200억 원으로 올해 설립되는 제주지역항공사는 관광경쟁력을 높이는 중점 사업. 지난해 12월 애경그룹이 사업 파트너로 선정됐다.

김 지사는 “민관합작으로 제주지역항공사가 설립되면 기존 항공사보다 탑승료를 30% 낮출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보다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기업 이전’도 화제. 지난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일부 부서에 이어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인 EMLSI사가 본사 이전을 마쳤다. 김 지사는 “제주로 회사를 옮기는 기업에 대해서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아래 새해에는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포됩니다. 평화와 번영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섬으로 가꿔갈 생각입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