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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5억달러 선뜻… ‘통 큰 원조국’ 과시

입력 | 2005-01-02 18:08:00


일본 정부가 남아시아 지진 및 해일 피해국들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통 큰 원조대국’임을 과시하고 있다.

워낙 지진이 많이 발생해 동병상련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대(對)동남아 외교전에서 중국에 밀려 있는 상황을 만회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1일 남아시아 지진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해당국 정부와 국제기구에 긴급자금 5억 달러를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진 발생 직후 발 빠르게 3000만 달러 및 쌀 2400t 원조 계획을 발표해 국제사회의 지원 움직임을 선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정부는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책임에 걸맞게 가능한 한 도울 것”이라며 “자금, 인력, 기술 등 세 가지 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복구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을 초청해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개최하는 회담에도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자금원조 계획 외에 인도양 해일조기경보체제 구축을 위한 기술 제공 의사와 피해국들의 전력, 통신, 교통망 등 사회기반 복구에도 적극 나설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또 실종자 수색과 구조 활동을 위해 태국 푸껫 해역에 해상자위대 호위함 2척과 보급함 1척을 파견한 데 이어 항공기와 함정의 추가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5억 달러 추가제공을 약속하면서 1일(현지 시간) 현재 유엔이 접수한 구호자금은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유엔의 구호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얀 에겔란트 인도지원담당 사무차장은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구호자금이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해일(쓰나미) 대참사에 따른 사망자는 15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희생자의 3분의 1 이상은 어린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날 미국의 지원규모를 당초 약속한 3500만 달러의 10배인 3억5000만 달러로 증액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을 면담한 뒤 “3억5000만 달러가 최종 지원액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해 추가 지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파월 장관은 피해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와 함께 2일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로 떠났다.

아난 사무총장도 ASEAN이 주최하는 자카르타 ‘구호 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