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1일 새벽 당 긴급의총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뒤 국회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사진 제공 오마이뉴스
열린우리당 천정배 전 원내대표는 1일과 2일 신년 휴일을 공식 일정 없이 경기 안산시 자택에서 보냈다. 지난해 5월 원내대표 당선 이후 자택에서 달콤한 연휴를 즐긴 것은 8개월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 이어지는 당권파의 마지막 축을 스스로 거둔 그의 심경은 썩 편치 못했던 듯하다.
“죽을 각오로 (4개 쟁점 법안 입법을) 성공시키겠다”던 그가 ‘개혁 미완수’ 책임을 지고 중도 하차한 데 대해 당내에서는 동정론이 많다. 9월 정기국회 이후 여의도에 오피스텔을 얻어 숙식을 해결하고 국회 원내대표실에 간이침대까지 마련할 정도로 그는 열정과 집념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150명의 당내 의원을 다독이면서 야당과 줄다리기를 하는 데에는 ‘의지’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 승부수로 던진 여야 4인 대표회담에서마저 성과가 없자 그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여야 합의 없이는 의사봉을 잡지 않겠다는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의 소신도 그로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