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인기 TV드라마를 악극화한 ‘아씨’의 주연을 맡은 오정해 씨. 박주일 기자
‘아씨’가 돌아온다.
‘아씨’는 1970년 TBC에서 방영돼 장안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인기 드라마. 2002년 ‘아씨’는 악극으로 만들어져 호평 받았으며 ‘악극 붐’을 일으켰다. 이번 악극 공연에는 오정해(아씨), 선우용녀(친정어머니), 여운계(노마님), 전양자(시어머니), 김성원(시아버지) 등 2년 전 캐스팅 그대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무대에서는 이미자가 구슬픈 목소리로 불렀던 ‘아씨’의 주제가와 함께 ‘동백아가씨’ ‘여자의 일생’ ‘사랑에 속고’ 등 그 시절의 애절한 멜로디가 중장년층의 심금을 울린다. 올해는 ‘아씨’의 미국 및 일본 중국 순회공연도 예정돼 있어 해외교포들의 향수도 달래줄 예정.
오정해 씨(33)는 “만약 ‘아씨’ 포스터에 나 대신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온다고 생각만 해도 속상할 만큼 ‘아씨’는 욕심나는 작품”이라며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이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씨’는 젊은 나이에 시집간 여인이 무책임한 남편과 엄한 시어머니 때문에 한평생 고생하는 삶을 그렸다. 오 씨의 애절한 연기는 중장년층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해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오 씨 자신도 아들 영현이(8)를 둔 한 집안의 며느리다.
“시어머님은 꼭 첫날 첫 공연을 보러 와 주세요. 지난번 ‘아씨’ 공연을 보시더니 웃으시면서 ‘내가 그렇게 잘 해줬는데도 어떻게 너는 며느리 설움을 그렇게 잘 표현하느냐’고 하셔서 ‘간접 경험’이라고 말씀드렸죠. 실제 시어머님이 너무 잘 해주셔서 저는 흔히 말하는 ‘시댁’의 어려움을 모르지만, 꼭 경험해야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는 지난 한 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다. 목포에 홀로 거주하는 친정어머니에게 얼굴을 자주 보여드리기 위해 일부러 전남 일대에만 방영되는 광주 MBC를 오가며 프로그램을 맡고 있고, KBS MBC 라디오에서 국악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틈틈이 지방 소리공연도 다닌다. 원광대 동양예술학과에서 종교철학을 공부하며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그는 “내면을 알면 더 깊이 있는 소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학생, 방송인, 국악인, DJ로 ‘1인 다역’을 하느라 1년간 몸무게가 7kg이나 빠졌다는 그는 “지난 공연 땐 ‘아줌씨’였는데, 이젠 진짜 ‘아씨’ 같죠?”라며 활짝 웃었다.
12일∼2월 2일. 서울 장충체육관. 평일 오후 4시, 7시 반, 토 일 공휴일 오후 3시, 6시 반. 1566-2125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