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복 전 성남일화 감독이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은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이뤄 놓고도 축구인들에게 공을 돌린 적이 없다”고 말한뒤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조이뉴스 24 제공]
“‘월드컵 4강’은 한국축구 100년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그 영광을 정몽준 회장과 히딩크 감독이 전부 가져갔다.”
재야 축구원로들이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오랜 울분을 토해냈다.
4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에서 열린 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실 개소식에서는 대한축구협회와 정몽준 회장을 성토하는 발언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지도자협의회는 박종환 대구FC 감독(68)·차경복 전 성남일화 감독(67)·김호 전 수원삼성 감독(60) 등이 주축이 돼 구랍 29일 창립했으며 400여명의 초·중·고·대학 및 프로 감독들이 참여하고 있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차경복 전 성남 일화 감독은 “월드컵 4강의 성적을 거두고 광화문에서 기념행사를 할 때 히딩크 감독과 정 회장이 손잡고 별 난리를 쳤다”면서 “그런데 정 회장은 2002년 월드컵 4강신화를 이뤄 놓고도 축구인들에게 공을 돌린 적이 없다”며 울음을 터트려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차 감독은 “정 회장을 제가 추대했고 (회장을 만든) 일등공신이었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조직이 있는 축구협회가 (정 회장) 일인체제로 간다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 전 감독도 “만일 히딩크에만큼 우리(국내 지도자들)에게 투자를 했다면 우리중에도 그 만한 능력을 발휘할 사람이 있었다”면서 “40년간 축구를 하고 있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고 감투 쓴 사람만 축구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대한 축구협회와 정 회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지도자협의회는 축구협회와 정 회장의 독선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이날 ‘전면전’을 선포했다.
지도자 협의회는 대한축구협회에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통해 ▲오는 13일 이전 공개토론회의 개최 ▲축구협회 세무조사 ▲축구협회의 법인화 추진 등 3개 항목에 대해 성실한 답변을 촉구했다.
차 전 감독은 “지도자협의회가 질의한 3가지 항목에 대해 6일까지 성실한 답변을 한다면 차기 축구협회 회장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을 수 도 있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범축구인’ 후보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선거전에 나서는 것은 물론, 축구협회에 대한 세무조사 의뢰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한축구협회 차기 회장은 오는 18일 대의원총회에서 27명의 대의원들의 비밀 투표를 통해 선출되며 5일 전인 13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한다.
그는 또 “축구협회측이 지도자 협의회에 참가하려는 일선 지도자들을 온갖 협박으로 막았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려는 우리를 이렇게 탄압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김호 전 감독은 “축구협회에서 먼저 토론회 개최를 말해놓고 정 회장이 그 자리에서 빠진 다는 것은 축구인들끼리 이전투구를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프로축구가 육성되지 않고는 대표팀도 잘 될 수 없다”며 “우리가 모인 목적은 한국축구의 전체적인 질을 높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 명의 공동대표인 박 전 감독은 이날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축구지도자협의회의 제안에 대해 축구협회는 “매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이를 대의원 총회때 보고하고 있는 데 또다시 세무조사를 받으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축구협회는 “지난 2002년에는 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에 따른 표창을 받았을 정도로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축구협회의 법인화에 대해선 “이번 대의원 총회에 축구협회의 법인화 전환여부가 정식안건으로 올라있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그러나 “토론회를 18일 이전에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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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