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과 서울국제문학포럼 조직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는 김우창씨. “우리 문화도, 작가들도 자기 중심을 갖고 보편성 있는 내용을 보여줄 때, 세계 속에서 걸맞는 자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68)는 올해 국내외에서 열리는 대형 국제적 문화행사를 주관하는 조직위원회 2개의 위원장을 맡았다. 5월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문학포럼과 10월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행사가 그가 기획하고 주관해야 할 일들이다.
문화계에서는 이 두 행사를 계기로 우리 문학과 출판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김 교수가 행사 2개의 조직위원장을 함께 맡게 된 것은 미국과 유럽 등의 사조에 정통하고, 우리 문화가 어디쯤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히 진단해온 국제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문화계의 일반적인 평이다.
김 위원장은 “두 행사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세계 지식인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면서 “하지만 ‘한국을 알아 달라’고 떼써서 위엄을 잃기보다 한국 역시 세계에 관심이 많으며 다른 나라들과 어울려 얘기할 게 많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물어 보았다.
“3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학술세미나를 시작으로 주빈국 조직위가 현지 활동에 들어갑니다. ‘전쟁의 유산’ ‘사회의 재건’ 같은 주제들이 잡혀 있는데, 다소 심각한 내용들이어서 유럽 사람들이 얼마나 호응할지 궁금해요. 자본주의와 함께 커온 유럽 현대문화는 개인주의적 면이 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문화는 유럽이 잃어버린 ‘진지한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서유럽에서 관심을 끈 것은 그들의 가벼움을 건드렸기 때문이죠. 우리는 식민지배와 전란을 딛고 세계에서 유례 없는 속도로 근대국가를 건설한 힘의 근원이 바로 문화라는 것을 알릴 수 있을 거예요.”
―서울국제문학포럼을 통해서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나요.
“이 포럼은 세계 작가들에게 ‘평화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할 예정입니다. 각국의 작가와 학자들은 5월에 세계 평화와 작가의 할 일에 대한 ‘서울 선언’ 같은 것을 채택하려고 벌써부터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은 한류(韓流)를 유럽으로 확산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텐데요.
“한류는 우리와 외국인의 정서를 끈끈하게 연결시키는 측면이 있어요. 한국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독일의 ‘앙상블 모데르노’가 연주하는 공연을 독일에서 개최하려고 합니다. 한국의 대중음악 페스티벌도 독일에서 추진 중이지요. 또한 빌레펠트대의 외르크 드래프스 교수를 비롯해 독일의 언론인 작가 평론가들로 이뤄진 ‘편집위원회’를 이미 만들었어요. 이들은 도서전이 끝난 뒤에도 한국의 논문이나 작품들을 독일에 계속 ‘중개(仲介)’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1990년도 이후 일본 포르투갈 헝가리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을 맡은 후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우리의 경우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건가요.
“노벨문학상은 그걸 받겠다고 운동해서 되는 건 아닙니다. 자기중심이 있으면서도, 보편성이 있는 작가들이 우리 문학계에 많을수록 그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 문제를 생각하면서도, 다른 나라 사람의 눈으로 봐서 공감할 수 있는 문학과 문화를 만들어나갈 때 우리는 더 크게 인정받을 거예요.”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