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현 한일학원 이사장은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교평준화를 해제하고 학생들이 실력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종승 기자
“‘붕어빵’ 찍어내듯 고만고만한 학생을 기르는 교육에 더 이상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려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계층의 위화감은 갈수록 커지고…. 결국 교육 문제가 계층 간 갈등으로 확대될 위험성도 큽니다.”
한동현(韓東炫·43·한일한의원 원장) 한일학원 이사장의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인식은 ‘올드 라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교육 문제 해법은 뉴 라이트 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
진보세력이 교육 기회의 평등이 아닌 획일적인 평준화를 고집하는 것과 달리 고교 평준화를 부분적으로라도 해제하거나 교육 수요자의 학교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한 이사장은 “개인별, 학교별 학력 차이는 늘 있기 마련인데도 정부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무시하고 평준화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 개방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우수한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한 이사장의 생각이다.
한 이사장은 교육만큼은 이기주의를 버리고 ‘내 자식’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2대(代)에 걸쳐 인재 양성에 헌신하고 있다. 한 이사장의 부친 한조해(韓祖海·1997년 작고) 한일학원 초대 이사장은 평생 한의원을 운영해 모은 200억 원으로 1985년 충남 공주에 자율학교인 한일고를 세웠다. 자율학교는 학교에 학생선발권이 있다는 점에서 ‘자립형 사립고’와 같지만 등록금은 일반 학교 수준. 학교 터를 비평준화 지역, 그것도 ‘아홉 정승이 난다’는 ‘구작(九爵)골’로 정한 것은 전국의 인재들을 직접 선발해 ‘사인여천(事人如天·세상의 사람을 하늘처럼 사랑하라)’이라는 창학 정신을 살린 교육을 하기 위해서였다.
한 이사장은 우수한 학생에게 수준에 맞는 교육만 제공할 수 있다면 사교육 없이도 얼마든지 명문대에 진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명문고로 성장한 한일고가 단적인 예다. 200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한일고 3학년생의 58.7%(105명)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 진학했다. 결국 비평준화 지역이나 특수목적고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한 이사장의 지론이다. 지금처럼 사교육을 받아야 ‘평균 이상’의 수준을 배울 수 있다면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계층의 위화감만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일고는 학교 교육을 통해 국가를 이끌어갈 실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기숙사 생활을 통해 학생들에게 공동체의 삶을 직접 체험하게 하고 책임감을 길러주는 것도 주요 교육목표 중의 하나다. 이를 위해 40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화랑 교육’을 통하여 신라의 화랑도 정신을 강조한다.
한 이사장은 “우수한 학생과 교사를 유치하기 위해 설립 초기엔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며 “1995년 이사장을 맡은 이후 5, 6년 동안 학교에 50억 원 넘게 추가로 돈을 쏟아 부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헌신은 내조 덕분에 가능했다. 그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한의원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고스란히 내놓아 육영사업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그의 부인은 불평 없이 묵묵히 내조를 해 왔다.
“선친의 뜻을 받들어 ‘제2의 한일고’를 만들기 위해 전 재산을 내놓겠다는 뜻을 아내와 아이들에게 늘 말하며 마음의 ‘준비’를 시키고 있습니다.”
한 이사장은 대학시절 그 흔한 시위에 가담하지 않았고 사회과학에도 관심이 적었지만 학원 사업을 통해 뒤늦게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고 했다.
“올드 라이트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했습니다. 양질의 교육기회를 사실상 독차지하면서도 이를 통해 얻은 기득권을 소외계층과 나누려 하지 않았지요. 이 때문에 교육문제가 오히려 계층 간 갈등을 불러왔다고 봅니다. 뉴 라이트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공공선(公共善)을 실천해야 합니다. 관념으로만 머물면 대중에게 결국 외면당할 것입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한동현 이사장▼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1990년∼현재 한일한의원 원장
△1992∼1995년 한일학원 상임이사
△1995년∼현재 한일학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