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연시에도 불우이웃을 도우려는 사회의 온정이 뜨거웠습니다. 동남아시아를 덮친 지진해일은 세계인의 따뜻한 마음까지 한데 모으고 있습니다.
수억 원부터 수십억 원까지 선뜻 내놓은 한국 기업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 ‘기부’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회공헌부’를 총괄하는 악타 바드샤 전무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그는 지역사회에서 빈곤층에 대한 정보화 교육을 담당한 시민활동가 출신입니다.
‘사회공헌부’라는 부서가 생소하실 겁니다. 이 부서는 1997년에 생겼다고 합니다. 정보기술(IT) 교육, 학교 설립, 정보화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지원 등을 전담하는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기업조직’인 셈이죠.
바드샤 전무는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열의는 뜨겁지만 방식이 낡았다”고 하더군요. 기업 규모에 비춰 적지 않은 금액을 이웃 사랑에 사용하는 열의는 대단하지만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사업에 그치는 것 같아 아쉽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기업도 연말이면 큰돈을 사회단체 등에 기부하는 것이 사회공헌 활동의 전부라고 오랫동안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이런 경향이 변하면서 ‘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늘었다는 겁니다.
빈곤 또는 정보 격차 등을 해소하려면 앞서가는 이들의 경험을 교육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HP, IBM 등 글로벌 IT 기업도 MS의 사회공헌부와 유사한 조직을 운영하며 교육 정보화시설 지원 등의 사업을 벌인다고 합니다.
바드샤 전무는 “IT 기업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자동차 기업은 자동차 정비기술을, 패션의류 회사는 디자인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사업은 매년 일정 수준의 예산을 필요로 하고 별도의 인력을 고용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 부담이 커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제 한국 기업도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부서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닐까요.
김상훈 경제부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