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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쿵푸허슬’… 도끼냐 장풍이냐 코믹버전 ‘쿵푸’

입력 | 2005-01-05 17:58:00

영화 ‘쿵푸허슬’. 사진제공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저우싱츠(周星馳) 각본, 감독, 제작, 주연의 신작 ‘쿵푸허슬’을 보노라면 새삼스럽게 상기되는 사실 하나. ‘영화는 거짓말이다, 허풍이다, 상상이다’. 거기에 잇따르는 것은 이 영화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오히려 허풍이든 상상력이든 이 정도 스케일은 돼 줘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해방감이다.

목소리 하나로 사방 백리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리는 ‘사자후 음공기법’, 빛보다 빨리 달리는 ‘분광경공’, 거문고 가락이 장검으로 변신하는 ‘거문고 음공권’…. 무협지의 그 천연덕스럽고 거대한 거짓말이 최신 특수기술(SFX)의 힘을 빌어 코믹버전의 ‘쿵푸허슬’로 돌아온 것이다.

1940년대 중국 상하이.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이곳에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돼지촌과 밤의 세계를 평정한 조직폭력배 ‘도끼파’가 공존한다. 양자의 공존은 돼지촌을 접수해 고스란히 도끼파에 갖다 바침으로써 조직에 입문하려던 날건달 싱(저우싱츠)의 등장으로 깨지고 만다. 도끼 하나 믿고 돼지촌을 싹쓸이하려던 도끼파는 본모습을 숨기고 돼지촌에 은둔해 있던 강호의 고수들 앞에 추풍낙엽 지듯 우수수 쓰러지는데….

‘쿵푸허슬’의 외형을 키운 것은 분명 이 영화의 세계 배급까지를 떠맡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 콜럼비아트라이스타의 자본과 ‘매트릭스’를 뺨치는 현란한 특수효과다. 그러나 그 근본적인 컨셉트는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초월하고 바른 힘으로써 세계평화를 구현하려는 무협의 저 장대한 ‘꿈’에 있다. 올해 마흔 세 살인 저우싱츠는 내한 인터뷰에서 영화 속 코믹이미지와는 달리 진지한 목소리로 고백했다.

“영화 속의 싱처럼, 나는 어린 시절 거리에서 권법 책을 사서 쿵푸를 연마했다. 쿵푸는 내게 과거에도, 지금도 올바른 삶 그 자체다.”

그렇다. 중국식 쿵푸가 아니라 할리우드 액션이었다면 마지막 순간은 네가 죽든 내가 죽든 총질로 사생결단을 내는 것이지, “사부∼”라고 부르며 무릎 꿇는 적을 대자대비 용서하는 장면은 아니었으리라.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