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다. 물과 불만 있으면 되니까 요리도 간편하다. 빨리 익히기 위해 미리 튀겨서 국수 가락 안에 빈 공간을 만들어 놓아 그 공간을 타고 물이 침투해 익히는 시간도 매우 짧다.
라면을 경제적으로 끓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물을 끓이고 라면을 넣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물이 펄펄 끓어야 빨리 익는다고 생각하지만, 물은 펄펄 끓든, 보글보글 간신히 끓든 온도는 같다. 누구나 알고 있는 100도다. 온도가 같으니 라면이 익는 시간도 같다. 물이 일단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는 것이 돈 버는 지름길이다.
둘의 차이는? 펄펄 끓이면 물이 빨리 수증기로 바뀌며 날아가 버려 졸아들고, 보글보글 끓이면 물이 천천히 수증기로 바뀔 뿐이다. 펄펄 끓이면 에너지만 낭비되고 라면이 짜게 된다.
라면을 정말 빨리 익히고 싶으면 압력 밥솥을 쓰면 된다. 압력 밥솥은 내부의 압력을 대기압보다 2배 큰 2기압 정도로 높여 물이 약 120도에서 끓게 한다. 100도에서 끓는 경우에 비해 음식 내부로 열이 더 빨리 전달되기 때문에 음식이 짧은 시간에 익는다. 라면에 압력 밥솥은 ‘돼지 목에 진주’지만, 다른 음식을 할 때는 기억할 만하다.
잘 알고 있지만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는 뚜껑을 열어둔 채 물을 끓이는 일이다. 물을 데우면 운동에너지가 큰 분자부터 물을 탈출해서 수증기로 날아간다. 뚜껑이 없으면 이 분자는 공중으로 날아가 버리고, 냄비는 아까운 에너지를 잃어버린다. 뚜껑을 덮으면 큰 에너지의 분자들을 냄비 안에 가두어 돈이 절약된다.
가스레인지가 만드는 불의 크기와 냄비 바닥의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불이 너무 크면, 불꽃이 냄비 바닥을 벗어나 옆으로 넘실거리고, 많은 에너지가 공중으로 날아간다. 냄비 크기가 작을 때는 불을 너무 세지 않게 해야 한다.
라면 하나 끓여먹는데, 이런 것을 다 생각해야 하나? 그럴 필요는 없다. 뚜껑 덮는 것과 물이 끓은 후 불의 크기를 적당히 줄이는 것만 기억하자. 무릇 모든 음식은 불로 익힌다는 걸 감안하면 이는 모든 음식을 경제적으로 조리하는 방법이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 chung@chungbuk.ac.kr
올해부터 ‘Really?’ 칼럼의 필자는 과학기술 앰배서더(홍보대사)로 바뀐다. 2002년부터 선정되기 시작한 과학기술 앰배서더(동아일보 한국과학문화재단 동아사이언스 주최)는 초중고교나 교육기관을 방문해 과학 강연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1000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