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2기 취임식을 갖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갈라진 나라를 이끌면서 무역 및 재정적자를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했지만 그의 국내 정치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과연 후세 역사가의 평가를 좋게 받을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부시 대통령은 사려 깊지 못하며 역사적 평가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견해를 달리한다.
우선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뿐 아니라 동생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의 2008년 대통령선거 도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가문의 명성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 워싱턴에서 시작된 ‘지진해일(쓰나미) 정치’는 변화의 단서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하순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 부시 대통령은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속 좁게도 ‘테러와의 전쟁’과 관계없다고 해서 인도적 현안을 경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3일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구호자금 모금 책임자로 지명하는 정치적 제스처를 취했다. 이 결정은 미국 정치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했다. 2기 행정부 및 대통령 자신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도 가산점이 주어질 것이다.
민주당 성향의 진보그룹도 마지못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는 민주당 출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동참도 작용했다. 지진해일 피해국 지원 문제로 미국이 오랜만에 국가적 통합을 이룬 것이다.
이런 초당적 협력 분위기는 집권 5년차인 올해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부시 대통령을 역사의 흐름에 겸허하도록 만들까.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부시 대통령의 변화 가능성을 낙관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정부의 중도적 정책에는 협력할 것이다. 그는 미국 외교정책, 특히 인도적 문제에 비공식적 역할 증대를 모색하고 있다. 2년 뒤로 다가온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 자리를 노린다면 공화당 주도의 인도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2008년 대선을 꿈꾸는 부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도 부시 가문과의 화해는 절실하다. 골수 진보주의자라는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아칸소 주에 문을 연 클린턴 기념관에서 나란히 선 부시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의 모습에서 그 징후가 보였다.
부시 전 대통령의 배후 지원도 부시 행정부 2기의 변화를 예상케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남부 텍사스에서 자란 아들과 달리 동부에서 성장해 온건하고 중도적이며 역사적 평가를 중시한다.
국제문제에서도 2기 행정부의 변화 가능성을 기대할 만하다. 상반기 부시 대통령은 총선이 실시되는 이라크 및 팔레스타인 평화정착에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원만하게 진행되거나 이라크 저항세력 제압이라는 성과가 도출되면 그의 관심은 하반기에는 동북아, 특히 북한 핵문제 해결에 모아질 것이다.
‘지진해일 정치’의 태동은 북한에도 시사점을 던져 준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에 상응하는 온건한 해법을 먼저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전 대통령의 중도적 성향과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마음가짐이 핵 문제 최종 해결 과정에 무시하지 못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켄트 콜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