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 없다”보드를 타고 눈밭을 쌩쌩 달려보자. 제1회 KTF컵 전국오픈스노보드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슬로프를 힘차게 내려 오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아마추어 및 프로선수 200여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루고 있다. 결승전은 8일.용평=박주일기자
자유! 패기! 음악!
‘신세대의 아이콘’ 스노보드의 세상이 설원에 펼쳐졌다. 파란 하늘과 눈부시게 하얀 눈밭에서 선수들은 젊음을 마음껏 발산했다.
KTF컵 제1회 전국 스노보드 선수권대회(동아일보 주최, 서울시스키협회 주관, KTF 협찬)가 용평스키장 메가그린슬로프에서 6일 개막돼 사흘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100여 명의 일반 선수와 아마추어 동호인 구분 없이 남자 182명, 여자 33명 등 총 215명이 참가해서 벌인 첫날 예선전. 참가자들은 16개의 기문이 꽂혀 있는 300m 거리의 대회전 코스를 두 번 레이스해 남자 32강, 여자 16강 진출자를 가렸다.
남자부에선 국가대표 윤동혁(넥션)이 1, 2차 합계 51초 49로 예선 1위에 올랐고 여자부에선 국가대표 신다혜(버튼)가 1, 2차 합계 58초 74를 기록하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남자부 32강 진출자 중엔 선수들을 제치고 아마추어 고수 이태식 씨(38)가 1, 2차 합계 54초 61로 5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스노보드 경력 11년으로 해외 전지훈련도 소화하는 마니아인 그는 주니어국가대표인 이광기 군(11)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국내 처음으로 선수와 동호인이 같은 코스에서 대결한 이날 경기는 시종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선수들은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에 몸을 맡기며 리듬을 탔고 슬로프 옆 관중은 박수와 함성으로 선수들을 격려하기도.
‘으랏차차’라는 인터넷 다음카페 스노보드 동호회 회원인 박경준 씨(27)는 “참가해 본 대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수준이 높은 것 같다. 선수들을 한번 꺾고 싶어 출전했다”며 즐거워했다. 7일엔 남자 32강전과 여자 16강전이 치러진다.
평창=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우리부부 사랑만큼 높이 날았어요”…윤동혁-조태정 예선1,2위 기염
국내 1세대 스노보드 커플인 윤동혁(왼쪽) 조태정씨. 용평=박주일기자
“우린 집에 같이 있을 때도 스노보드 얘기밖에 안 해요.”
KTF컵 제1회 전국 스노보드 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예선 1위와 여자 예선 2위를 차지한 윤동혁(33) 조태정 씨(34) 부부는 국내 1세대 스노보드 커플. 윤동혁은 1991년, 조 씨는 1992년 스노보드를 시작했다.
“대학 1학년 때 무주 스키장이 만들어졌는데 미국에서 스노보드를 배워 왔다는 강사가 있어서 처음 강습을 받았어요.”(윤동혁)
“스노보드 타다가 만나 2002년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 스노보드 시작할 때 남자 선수는 남편이 처음이었고 여자 선수론 제가 1세대였죠.”(조 씨)
이 부부는 국내에 대회가 없어 1996년부터 일본으로 진출해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생계는 대회 상금에 아르바이트로 받는 강습료를 보태 꾸렸다.
윤동혁은 아직도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 씨는 1998∼99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접었다. 지금은 집에서 아들 재원이(2)를 돌보는 아줌마. 우승 후보인 윤동혁은 “국제스키연맹(FIS) 120포인트를 따내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 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평창=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