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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이정환]쌀협상, 결과 수용하고 앞날 대비를

입력 | 2005-01-06 18:41:00


쌀 협상은 끝났다.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되 저율관세수입량(TRQ)을 현재의 두 배(41만 t)로 늘리고 이 중 일부를 올해부터 시중에 판매한다는 것이 협상의 골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도 관세화를 주장하고 있고, 농민단체는 협상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국회 비준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을 냉철히 보아야 한다. 우루과이라운드(UR) 합의문은 분명히 2004년 말을 협상시한으로 규정했으므로 그때까지 관세화 유예에 합의하지 못했으면 우리는 올해부터 관세화해야 한다. 즉 협상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곧 관세화를 의미한다.

일각에는 2004년이 협상시한이 아니며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한 협상은 끝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관세화 여부와 관세화 유예 시의 TRQ 증량폭에 대한 결정권이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한 협상은 끝나지 않고, 협상이 끝나지 않는 한 TRQ를 늘릴 이유도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을 인정하더라도 재협상론은 관세화를 감수할 수도 있다는 모험주의적 입장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쌀 수출국들이 재협상을 거부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 우리가 패소해 관세화할 수밖에 없는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협상론은 관세화의 위험을 가볍게 보는 관세화론자와 다름없다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관세화론자의 논거는 두 가지다. 첫째는 언젠가 관세화해야 할 것이라면 이번에 하고 구조조정을 촉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농업 구조조정이 숙명적으로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둘째는 국제가격이 높아 관세화하더라도 수입이 안 되거나 아주 적을 것이므로 관세화가 농가에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그 같은 예측이 빗나갔을 때의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쌀 농업은 100여만 명이 취업하고 있는 산업이다. 이들 중 60%는 50세를 넘었고 90%는 40세를 넘어 이미 전직의 기회를 상실한 사람들이다. 이 현실을 직시하면 수입이 급증해 농가경제가 충격에 휩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 재정을 쏟아 붓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관세화론도, 재협상론도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제 쌀협상은 끝났다. 모두 협상결과를 수용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자. 농민단체도 농가에 실익이 있는 쟁점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도입될 소득보전직불제가 농가소득의 확실한 안정장치가 되게 하고 우리 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할 방안에 골몰하자. 수입쌀과 우리 쌀이 나란히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자가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가 우리 쌀 농업의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으로 쌀 가격이 매년 소폭 하락해 수급균형이 이뤄지고 국제가격과의 차이가 줄어 관세화할 때를 대비토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관세화 유예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어리석은 선택이 되어 훗날 혹독한 비판을 받을 것이다.

이정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