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은 원래 사람의 측면을 그린 人(사람 인)과 같은 글자였으나 이후의 합성자에서 주로 글자의 아래쪽에 쓰여 형체를 조금 바꾸어 분화된 글자이다. 그래서 인은 人과 같은 뜻을 가지고 모두 ‘사람’과 의미적 관련을 맺는다.
예컨대 元(으뜸 원)은 갑골문에서 사람의 측면 모습에 머리를 크게 키워 그렸고, 머리가 사람의 가장 위쪽에 위치함으로 해서 ‘으뜸’이나 ‘처음’의 뜻이 생겼다. 이와 같은 자원을 가진 兀(우뚝할 올)도 같은 이치에서 ‘우뚝하다’는 뜻을 가졌다.
또 兄(맏 형)은 입(口·구)을 벌리고 꿇어앉은 사람으로, 제단에서 축원하는 모습을 그렸다. 제사를 드려 축원하는 사람은 장자의 몫이었기에 ‘형’이라는 뜻이 생겼다. 그러자 원래 뜻은 示(제사 시)를 더한 祝(빌 축)으로 분화했다.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兌(기쁠 태)는 입을 벌린 사람과 퍼져나가는 웃음을 형상적으로 그렸으며, 이후 心(마음 심)을 더한 悅(기쁠 열)로 발전했다.
그런가 하면 允(진실로 윤)은 머리를 앞으로 숙인 모습에서 공손함과 진실됨을 그렸으며, 充(찰 충)은 ‘설문해자’에서 인과 育(낳을 육)의 생략된 모습이 결합된 구조로 사람이 태어나 ‘자라고’ ‘充滿(충만)해 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이에 비해 先(먼저 선)은 갑골문에서 발(止·지)과 사람을 그려 발(止)이 사람(人)의 앞(先)으로 나갔음으로부터 ‘앞’의 의미가, 다시 ‘이전’의 의미가 생겼는데, 시간개념이 공간개념으로부터 확장되는 과정을 잘 보여 주는 글자다.
이외에도 光(빛 광)은 불(火·화)을 들고 곁에서 시중드는 사람을 그린 글자이며, 兒(아이 아)는 두개골이 아직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아이의 모습을 그렸다.
또 免(면할 면)은 금문에서 투구를 쓴 사람의 모습인데, 투구는 전장에서 위험을 면하게 해 주는 도구이기에 ‘모면하다’라는 뜻이 생겼다. 克(이길 극)도 갑골문에서 머리에는 투구를 쓰고 손에는 창을 쥔 사람의 모습을 그렸으며, 완전하게 무장한 병사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에서 ‘이기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