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원전/존 캐리 편저 이광렬 외 6인 옮김/822쪽·2만8000원·바다출판사
과학에 관한 책은 어려운 수학 공식이나 난해한 전문용어로 가득 차 있다고 여겨진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과학책에도 문학적 감수성과 풍부한 비유가 살아있는 경우가 많다.
옥스퍼드대 영문학 교수가 편집한 이 책은 르네상스시대부터 현대까지 500여 년의 과학사에 남을 저서 중에서 그 핵심 내용과 함께 매혹적 표현이 살아있는 부분을 발췌하고 친절한 해설을 곁들였다. 남성 성기에 대한 해부학 지식을 해학적으로 펼쳐 놓은 다빈치의 메모, 최초의 원폭 실험을 맨눈으로 관찰했던 파인만의 호기심, 소금 알갱이 하나와 우주 삼라만상에 대한 지식을 비교한 칼 세이건의 재치, ‘지금 DNA의 비가 내리고 있다’는 시적인 문장으로 유전자의 언어를 풀어 가는 리처드 도킨스의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과학적 발견에 영감을 얻은 예술가들의 글도 섞여 있다. 철이 녹스는 것을 ‘철이 숨 쉰다’고 표현한 예술평론가 러스킨의 강연문, 13세기의 고서를 읽다가 당시 페스트를 창궐시킨 원흉 벌레가 잉크 글씨 속에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 존 스타인벡의 기록 등이 그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