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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Right]3부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이사장

입력 | 2005-01-07 18:03:00

기업 경영을 통해 뉴 라이트 이념을 실천해 온 박종규 바른경제동인회 이사장은 “시계추가 균형을 잡듯이 우리 사회도 균형이 잡혀야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박종규(朴鍾圭·70) 바른경제동인회 이사장은 ‘원칙과 정도(正道)’를 신봉하는 자유주의자다. 그는 석유화학화물 운송선사인 KSS해운을 30여 년 동안 경영하면서 뉴 라이트 운동의 기본 이념 중 하나인 시장경제를 몸소 실천했다. 원칙을 강조하는 투명 경영과 종업원에 대한 배려,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을 강조하고 실천하는 바람에 업계에서는 오히려 ‘삐딱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그는 기업의 국가적 소임과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경제인들이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1993년 동료 기업인 등 100여 명과 바른경제동인회를 만들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중앙위원회 의장(1993∼97년)을 맡아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노태우 정부 때는 ‘좌파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가며 진보 인사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DJ 정부가 들어선 뒤 시민운동이 정권의 들러리처럼 ‘왼쪽’으로 기울더라고요. 지금은 건강한 보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만약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야당이 집권했더라면 지금은 시민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었을 겁니다.”

그는 사회 현실에 대해서도 바른 말을 서슴지 않는다. 국가보안법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첨예한 대립에 대해 그는 “당론이라는 군사문화로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모든 것을 자유투표로 하면 된다”면서 “과거의 군사문화를 비판하면서 같은 짓을 하면 개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언론의 자유가 없었으면 정권교체가 이뤄졌겠느냐”며 “개혁의 본질은 획일적인 강요가 아니라 자유와 유연성을 신장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1995년 3월 KSS해운의 지휘봉을 35년 만에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고 회장으로 물러났다. 혹시나 직원들이 눈치를 볼까 싶어 아예 사무실도 회사 밖으로 옮겼다. 2002년엔 아예 회장직까지 내놓았다. 경상계 대학을 나온 둘째를 포함해 아들이 3명이나 있지만 박 이사장은 기업은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이유로 경영권 ‘세습 불가론’을 고집한다.

박 이사장은 오래전부터 유서 두 통을 써서 갖고 다닌다. 한 통은 자신이 죽으면 장기를 서울대병원에 기증하고 시신은 화장해 동해에 뿌려 달라는 당부이고, 다른 한 통은 재산 분배에 관한 것으로 재산의 3분의 1은 우리사주조합에, 3분의 1은 사회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가족에게 남긴다는 내용이다.

박 이사장은 ‘직원은 동업자’라는 신념하에 회사 창립 때부터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했다. 유한양행과 대한해운에 이어 세 번째. 그의 회사 주식 지분은 33%. 우리사주조합이 15%를 갖고 있다.

그의 투명 경영 철학 덕분에 KSS해운 직원들은 ‘5무(無) 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사시, 인맥, 리베이트, 밀수, 회계장부 조작이 없는 회사라는 것이다.

“리베이트를 주려면 우리도 리베이트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장부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비리와 부정이 싹트고 결국 회사도 병이 듭니다.”

지난해 4월부터 정부 규제정책을 심의, 조정하는 대통령직속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공직자들이 국민의 입장에 서서 좀 더 글로벌한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박종규 이사장은▼

△1935년 서울 출생

△1961년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61∼68년 대한해운공사 재직

△1969년 ㈜KSS해운 창립

△1993년 바른경제동인회 창립(현 이사장)

△1993∼97년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

△1997∼2001년 행정개혁시민연합회 공동대표

△2004년∼현재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