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이디어라는 건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요. 쥐어짜면 나올까요?
최근 광고회사 웰콤이 아이디어 창출을 위해 시도한 사내(社內) 프로젝트 과정이 눈길을 끕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아이디어가 없다면 죽어라’라는 무시무시한 새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건물에는 이를 의미하는 ‘해골 조형물’도 나붙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는 포스터도 걸렸습니다.
광고 자체뿐 아니라 제품의 마케팅 전략까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놓자는 취지입니다. “광고 잘 만들었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이 잘 팔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거죠.
전 직원들은 팀을 나눠 광고할 아이템을 배분받았습니다. 일주일 정도의 기간 안에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만들어 임원진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습니다. 직원들은 머리를 쥐어뜯었다고 합니다. 밤을 새우는 이들도 속출했습니다.
결과물은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OB맥주의 경우 발음을 살짝 바꿔 ‘오빠 맥주’ 캠페인을 벌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주 소비층인 30, 40대 아저씨들은 ‘오빠’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니 ‘오빠맥주’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자는 것이죠.
카프리맥주는 와인처럼 우아하게 마시는 음료로 콘셉트를 전환하자는 겁니다. 산뜻한 황금색의 강점을 강화하자는 제안이었죠. 또 맥주를 팔 때 와인 잔을 끼워 팔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카스맥주에 대해서는 기존의 ‘톡’ 메시지를 강화할 수 있도록 톡톡 터뜨리는 재미가 있는 ‘볼록 비닐’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안이 소개됐습니다.
웰콤은 이런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실제 마케팅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광고회사들의 마케팅 컨설팅 및 아이디어 제안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어떤 광고회사는 녹차 광고를 고민하다 “부드럽고 ‘크리미’한 것을 좋아하는 요즘 신세대 트렌드를 따라잡아야 한다”며 아예 ‘녹차 카푸치노’를 만들어 냈다는군요.
아이디어의 힘이 커지는 시대에 이런 노력들은 더 많은 관심을 끌 전망입니다.
이정은 경제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