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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전망대]김상철/미니스커트의 경제학

입력 | 2005-01-10 17:39:00


올겨울 미니스커트가 대유행이다. 수은주는 떨어져도 유행을 소화하는 젊은이들의 열기가 뜨겁다.

미니스커트를 세상에 처음 선보인 사람은 급진적 패션모임 진저그룹을 이끈 영국의 여성 패션디자이너 메리 퀸트라는 게 정설이다.

퀸트는 1963년 긴 다리와 히프를 강조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부각하려는 아이디어로 미니스커트를 창안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도덕성을 잘라낸 옷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신사의 나라’ 영국의 여성이 이처럼 해괴한 옷을 입는다면 미풍양속이 사라진다는 것.

1964년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클레지가 파리 컬렉션에서 무릎 위로 올라가는 짧은 치마를 발표한 후 미니스커트는 세계 여성이 가장 즐겨 입는 옷으로 자리 잡았다.

미니스커트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내수와 수출이 활기를 띠자 영국 정부는 뒤늦게 퀸트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한국에서는 1967년 미국에서 활동하던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 트랩을 내려오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1973년 경찰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에게 자를 갖다대며 치마 길이를 단속하기도 했다.

추운 한겨울에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는 이유는 뭘까.

화장하는 남자처럼 젊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세상의 흐름이 반영된 것이라거나 지난해부터 유행한 여학생차림(스쿨걸룩)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있다.

LG패션 주소연 헤지스레이디스팀장은 “불황에 따른 불안하고 우울하고 답답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발랄하고 경쾌하게 살겠다는 의지와 개성의 표현”이라고 풀이했다.

증시에는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 머지않아 주가가 오른다는 이른바 ‘치마 길이 이론’이 있다. 이와 관련이 있는지 코스닥 종합주가가 최근 상승세를 타며 400선을 넘어섰다.

미니스커트가 유행하면 경기가 불황이라는 학설도 있다.

미국 경제학자 마브리는 호황 때는 치마 길이가 길어지고 불황 때는 짧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어떤 불안한 상황이 있을 때 미리 결과를 예측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예기 불안’ 사례”라고 진단했다.

경기가 나쁠 때 미니스커트를 입거나 맥주 대신 소주를 마시는 것은 미니스커트나 소주가 꼭 싸서 그렇다기보다 불황이면 늘 그런 것들이 인기라는 인식 때문에 그것들을 선택한다는 것.

젊음과 경쾌함, 발랄함의 상징인 미니스커트가 어려운 경제 때문에 가슴이 답답한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찬 내일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전령사가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점차 짧아지는 미니스커트 길이만큼 한국경제의 현황을 보여 주는 각종 경제지표 수치도 쑥쑥 올라가길 기대한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