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가 서예가 유상에게 써 준 한문 편지. ‘뜨락의 상서로운 빛은 붉은 작약과 같고, 물에 임한 아름다운 빛은 하늘처럼 푸르다’는 뜻이다. 사진제공 우림화랑
“當階瑞色句紅葯, 臨水文光淨綠天(당계서색구홍약, 임수문광정녹천·뜨락의 상서로운 빛은 붉은 작약과 같고, 물에 임한 아름다운 빛은 하늘처럼 푸르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당대의 서예가였던 유상(柳湘)에게 써 준 ‘대련 서색문광(對聯 瑞色文光)’의 내용이다.
다산 정약용(1762∼1836)도 지인이 보내온 전복과 해초를 받고 그 고마운 마음을 간찰(簡札)로 적어 보냈는데 이 간찰을 통해 다산의 고결한 인품과 심성은 물론 당대의 풍속과 사회상까지 엿볼 수 있다.
회화나 서예 작품이 예술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매체라면 간찰은 보내는 사람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가식이나 기교가 없는 순수성의 매체다. 서울 관훈동 우림화랑에서 13일부터 열리는 ‘선현들이 남긴 묵향’ 전에는 이처럼 선현들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16세기∼구한말 서예가 156명의 서간 200여 점이 출품된다.
출품 인사들은 성리학자인 우암 송시열, 퇴계 이황, 개화파인 김옥균, 독립운동가인 오세창 곽종석까지 다양하다.
초정 권창륜 한국서예학술원장은 “선현들이 남긴 묵적(墨蹟)은 대부분 간찰 글씨다. 한편 한편의 신서(信書·편지)에도 모두 쓴 사람의 개성과 심경이 확연히 드러나며 완상의 흥취를 북돋워 준다”고 말했다. 27일까지. 02-733-3738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