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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박종희]주5일 수업에 맞춰 교과개편을

입력 | 2005-01-10 18:02:00


초중고교에서도 올해부터 월 1회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주5일 수업제는 학생들이나 교사들에게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학생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부모 자녀 간의 관계가 훨씬 가깝게 되고, 이는 세대 간 갈등과 청소년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은 과중한 수업 부담과 잡무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교재 연구와 교육 활동을 충실하게 준비하기 위한 시간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주5일 수업제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를 위한 탁아시설 부족, 주2일 휴교에 따른 학생 생활 지도의 어려움, 놀이문화와 체험학습을 위한 공간이나 프로그램 부족, 사교육의 수요 증가 등이 예상된다. 따라서 주5일 수업제의 전면 시행은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된 뒤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한편 주5일 수업제는 교사의 근로시간과 관련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주5일 근무제의 기본 취지는 근로시간 단축이다. 주 44시간 근로를 40시간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따라서 전 공무원에게 완전 토요 휴무제가 시행되는 올해 7월부터는 교사에게도 같은 혜택이 적용돼야 한다. 다만 주5일 수업제에 따르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토요 수업을 해야 한다면 연장 근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토요일 수업을 주중으로 옮기는 경우에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승진과 보수 등에서 다른 공무원에 비해 현재에도 열악한 처지에 있는 교육 공무원들의 사기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월 1회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하는 경우에도 수업 일수와 수업 시수는 이전과 같게 운영한다고 한다. 고등학교의 경우 수업 일수 220일 이상, 주당 수업 시수 36시간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토요일 학습을 주중으로 옮기고 토요일에 쉬는 만큼 방학을 줄여야 한다. 토요일에 수업을 안 한다고 해서 교사가 모두 쉬는 것도 아니다. 체험 학습, 특기 적성, 도서관 개방 등의 이유로 출근해야 한다. 주당 36시간 수업을 5일 동안에 하려면 하루 수업이 7, 8시간이 된다. 이는 교사에게는 중노동이며 학생에게는 수업 집중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다. 이렇게 보면 주5일 수업제가 오히려 교사들에게는 근무시간을 늘리고 방학기간을 줄여 연구와 연수 등 재충전 기회를 상실케 하는 ‘올가미’가 될 수도 있다.

새 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매달 1회 주5일 수업제가 실시되면 여가생활 및 학습지도 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따라서 주5일 수업제를 주5일 근무제의 취지에 맞게 실시하기 위해서는 현행 220일로 되어 있는 수업 일수를 선진국 수준인 150∼180일 정도로 줄이고, 주당 수업 시수도 32시간 이하로 줄여야 한다. 우리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는 초중고의 수업 일수를 220일 이상으로 하고, 주5일 수업제를 하는 경우 10%인 22일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완전 주5일 수업제를 실시할 경우 방학을 줄이지 않는 한 수업 일수 198일의 확보는 불가능하다. 수업 일수와 수업 시수가 줄게 되면 그에 맞춰 교육과정과 교과서도 개편돼야 한다.

박종희 서울 둔촌고 교사·정의교육시민연합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