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을유년 새해가 밝습니다. 새해 소망이 있다면요”라는 TV 리포터의 질문에 새해 첫날 해돋이 구경을 나온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요즘 같아선 정말 살기 힘들어요. 그저 하루빨리 경제가 회복되길 바랄 뿐이에요.”
모두가 힘들었던 2004년이었다. 청년실업난으로 인해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도 불안과 한숨에 짓눌려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리긴 마찬가지였다.
아직 상아탑 속에서 보호받고 있는 나는 실생활에서 경제난을 체감하긴 어렵지만 서울로 딸을 유학 보내 놓고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깊이를 짐작하곤 한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는 것이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이다.
현재 각 대학은 등록금 인상률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몇몇 대학은 4∼10%의 잠정 인상률을 제시하고 나섰다고 한다. 학생들의 교육 및 복지환경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게 올릴 수밖에 없다지만 등록금 인상 소식은 학부모들에겐 겨울바람보다 매서울 수밖에 없다. 자식이 열심히 공부해 장학금이라도 탄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이는 소수의 얘기일 뿐이다. 겨울방학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위한 준비와 투자의 시간을 보내기보단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리저리 바쁘게 뛰는 친구가 적지 않다.
학비 마련을 위해 소와 땅을 팔고 끼니를 아껴야했다던 옛 시절이 그리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다. 곧 마련해야 할 등록금 걱정에 밤잠을 설칠 부모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등록금 부담’에서 벗어나는 기적 같은 상황을 꿈꾸면서 쓴웃음을 지어본다.
이혜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