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김성일 교수가 최근 고려대 부속 중학교 컴퓨터실에서 ‘제7기 신나고 즐거운 고려대 부속 중학교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고려대 사범대생을 대상으로 대학생 교사 활동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교사입니다. 교사가 변해야 학교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김성일(金聖鎰·42·교육학) 고려대 교수와 고려대 사범대 학생들, 그리고 고려대 사범대 부속 중학교 교사들은 2003년 7월 ‘신나고 즐거운 고려대 부속 중학교 만들기(신즐고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범대생들이 방학 또는 방과 후에 영어 수학 국어 등 주요 과목이나 사진촬영 마술 등 특기 적성 과목을 가르치는 데 참여해 학교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 이 프로그램을 거친 학생 수는 벌써 1000명이 훌쩍 넘어섰다.
특히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팀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신즐고만’ 팀은 뉴 라이트 운동의 새 지평을 여는 실험이기도 하다.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김 교수는 우선 “요즘 교사들 중에는 자기 헌신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비판과 견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떻게 하면 생산적인 방법으로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이를 실천하는 세력이 주류가 돼야 합니다. 뉴 라이트 역시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이데올로기가 아닌 사회 변화를 위해 ‘옳은 방향으로 실천하는 운동’이 돼야 합니다.”
‘신즐고만’에 참여하는 대학생들도 ‘교사가 변해야 한다’는 김 교수의 생각과 같다. 김버들 씨(23·역사교육)가 ‘신즐고만’에 참여한 것도 고교 시절 수학이 뒤처진 자신에게 ‘학원에 좀 다녀봐라’고 권했던 교사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었다. 김 씨는 “고려대 부속 중학교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신즐고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사교육 버스터(buster·파괴자)’로 부른다. 공교육을 망치는 사교육을 없애야 학교가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다는 신념에서다.
“유치원생부터 중고교생, 그리고 임용고사 사법시험 등을 준비하는 성인까지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로 사회 전체가 사교육에 중독돼 있습니다. 중고교생들에게 학원은 재밌고 학교는 따분한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지만 이는 학원이 잘 가르치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내용을 먼저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는 교사의 헌신이 부족한 이유는 현재의 교사 양성 시스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예비교사들이 ‘직업이 안정적이다’, ‘가족과 보낼 시간이 많다’ 등 왜곡된 동기를 갖고 교사가 되려는 데다 제대로 검증이나 훈련을 받지 못한 채 교사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
‘신즐고만’은 학생들에게는 ‘완벽한 교육’을, 사범대생들에게는 자신의 교사 자질을 검증하고 ‘팀 티칭’, ‘수준별 학습’ 등 다양한 교수방법을 적용해 볼 직접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쌍방형’이다.
현재 교생 실습기간은 1개월, 이 가운데 겨우 1주일 동안 학생들과 각본을 짜고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습시간은 형편없이 부족하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6∼12개월 파트타임으로 교사를 하면서 엄격하고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사범대생들에게 ‘신즐고만’ 활동은 봉사가 아니라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신즐고만’ 프로젝트팀 참여자▼
△김성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윤미선 전주대 교직학과 교수
△이장규 고려대 부속 중학교 교감 등 교사 다수
△김버들 조석진(역사교육) 김동섭 최인아(국어교육) 등 고려대 사범대 학생 수백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