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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새 ‘신분등록제’ 부작용 최소화해야

입력 | 2005-01-10 18:11:00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을 합의 통과시키기로 함에 따라 호적을 대체할 새 신분등록제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대법원이 개인마다 신분을 정리하되 가족의 기초적 신상정보를 함께 기재하는 ‘혼합형 1인1적제(一人一籍制)’를 마련했고, 법무부도 어제 각계 인사로 구성된 ‘신분등록제도 개선위원회’를 발족시켜 ‘1인 1적제’와 ‘가족부제’ 등 두 가지 대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시대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든다. 이혼 및 재혼 부부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언제까지나 시대에 맞지 않는 남성 중심의 법률이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부모의 불화로 인한 사회·법률적 고통과 차별을 더 이상 자녀들에게 떠넘겨서도 안 된다. 양성(兩性) 평등은 이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다. 남성에게 부과된 과도한 가족 부양 책임에 대한 해소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남녀 모두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변화한 시대상과 함께 전통적 국민정서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느 안을 따르건 시행에는 2년 6개월여가 소요되고, 관련 예산만도 200억∼350억 원에 이른다고 하니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대법원과 법무부가 주도권 다툼을 하거나 새 신분등록제에 대한 검토과정에서의 논란을 구실삼아 민법개정안을 유보 또는 지체해서도 안 된다.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를 우려하는 유림(儒林)의 반대에도 일리가 없지는 않으나 변화된 시대상을 합리적으로 반영해 온 것 또한 유림의 전통이었다. 법조계와 여성계, 유림이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결론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