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술에 취한 손님이 좁고 가파른 술집 계단에서 넘어져 숨졌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법원은 손님을 안전하게 술집 바깥까지 안내하지 못한 술집 종업원에게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양범석(梁範錫) 판사는 만취한 손님이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 숨진 사고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유흥주점 지배인 강모 씨(29)에게 “손님의 안전을 책임져야 했다”며 6일 금고(교도소에 가두어둘 뿐 노역은 시키지 않는 형)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4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2003년 8월 강 씨는 다른 종업원들과 함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다 정모 씨를 술집으로 끌어들였다. 지하에 위치한 이 술집 계단은 70도 경사에 16개나 됐고 폭도 1.1m로 좁았다.
강 씨는 술을 마신 뒤 일어선 정 씨를 부축해 계단을 올라갔지만 계단 중간에서 자신의 명함을 가져오겠다며 술집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 사이 혼자 계단을 오르던 정 씨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뇌출혈로 숨졌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