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李基俊) 전 교육부총리의 인사파동을 계기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인재발탁 기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주요 포스트’의 경우 사전 면담을 통해 직접 후보자의 특성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한 핵심 참모는 “대통령은 쓸 만한 인재는 관저로 불러 함께 식사하면서 사람을 나름대로 읽는다”고 전했다.
▽‘관저 식사’를 겸한 인터뷰=청와대 인사추천회의를 통과했거나 핵심 참모로부터 강력한 추천을 받으면 노 대통령은 직접 일대일 면접을 한다.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오명(吳明) 과학기술부총리, 김성호(金成浩) 부패방지위원회 사무처장이 이같이 직접 면접을 통해 발탁된 케이스다. 여권 한 고위 관계자는 “정무직 후보자의 경우 관저로 초청해 함께 식사를 한다”면서 “참모가 배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독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외부로 인터뷰 사실이 새나갈 경우를 대비해 후보자는 물론 운전사에게도 ‘입 조심’을 당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인터뷰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발탁되는 것은 아니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생각하는 직무에 딱 맞으면 발탁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사수석실의 별도 파일에 관리된다”고 전했다. 이들은 잠재적 후보자로 인사파일에 축적된다.
▽평판과 저서에 관심=빼놓을 수 없는 발탁 기준 중 하나가 ‘평판’이다. 주로 핵심 참모들이나 여권 고위관계자에게 자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여권 한 핵심 인사는 “인사철이 되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 사람은 어떠냐’ ‘그 사람 잘 아느냐’는 질문을 가끔씩 던진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관료 출신의 경우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관료사회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올라올 경우 중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386 출신 참모는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의 의견을 구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노 대통령이 다양한 검증 채널을 갖고 있지 못한 점이라고 여권 핵심 인사들은 지적한다. 때로 특정 참모들에게 인사 대상자의 평판을 듣고 여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눈에 띄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때 청와대 등 여권 일각에선 “이 정부에서 높은 자리 한 번 하려면 책을 잘 써야 한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노 대통령이 탐독한 저서를 통해 인재를 발탁하는 경향을 빗댄 말이다. 이번에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된 오영교(吳盈敎) 전 KOTRA 사장이나 이주흠(李柱欽) 전 리더십비서관, 윤성식(尹聖植)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의 경우가 저서가 발탁에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이다. 일각에선 “저서는 인사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주요 잣대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도 없지 않다.
▽인사 비선(秘線) 조직 있나?=노 대통령의 인재 발탁 과정엔 공식적 인사추천회의와는 별도로 다양한 채널이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접근도가 높은 여권 핵심 인사들이 자문을 하거나 추천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인사수석비서관실에서 걸러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청와대 행정관급에서도 ‘인사 관련 보고서’가 올라간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직무역할부터 설정하고 나서 최적임자를 고르는 방식으로 인사를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 전 교육부총리 인선 기준도 ‘대학개혁’에 강조점을 두다보니 다른 ‘흠’이 보이지 않은 경우로 꼽힌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