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내 친노(親盧) 그룹이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화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면서도 노선과 차기 주자군과의 친소(親疎) 관계에 따라 각기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1월 28일 원내대표 경선이나 4·2전당대회를 임하는 태도도 딴판이다.
▽분화의 실태=노선상으로는 크게 중도 실용주의파와 소장 개혁그룹으로 나눠진다.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의원을 중심으로 한 중진그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고위관료 및 청와대 근무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토삼목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연말 4개 쟁점 법안 처리과정에서 타협론을 주창해 왔다. 문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의장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 親盧조직 정치세력화 논란 (POLL)
호남 내 친노 그룹의 좌장 격인 염동연(廉東淵) 의원은 구민주당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월요회’를 결성했다. 중도적 성향이 강한 염 의원도 전당대회에서 상임중앙위원에 도전한다.
소장개혁파로는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개혁당 출신으로 유시민(柳時敏) 의원과 김두관(金斗官)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주축이다. 유 의원과 참정연 소속 의원들은 연말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농성을 주도하는 등 재야출신 소장파 의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참정연과 ‘친노 적자(嫡子)논쟁’을 벌인 바 있는 명계남(明桂男) 문성근(文盛瑾) 씨 중심의 ‘국민참여연대(국참연)’는 개혁성향이 강하지만 참정연과는 라이벌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16일 백범기념관에서 발대식을 가질 예정.
국참연 의장으로 선출된 명 씨의 전당대회 출마여부가 관심사로 명 씨는 지지자들의 출마 종용을 받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친노 진영의 또 다른 핵심인 이광재(李光宰) 서갑원(徐甲源) 의원이 이끄는 ‘의정연구센터’는 철저하게 경제중심의 실용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친노 진영 내에서 정치적으로도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인맥을 중심으로도 성향이 나눠지고 있다.
염동연 의원은 당권파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가깝다. 노사모가 주축인 국참연도 당권파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정 장관과 가까운 것이 아니라 정 장관을 친노 쪽으로 견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참정연은 반(反)당권파 정서가 강하고, 오히려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재야파 쪽에 기울어 있다. 장차 친노 그룹의 균열이 심화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왜 분화되나=구심점인 노 대통령 스스로가 다면(多面)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분화의 핵심 요인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정치=개혁성’ ‘경제=안정성’이라는 개혁과 실용의 양면성을 유지해왔다. 또 필요에 따라 사람을 쓰는 독특한 용인술을 보여 왔다.
노 대통령과 친노 그룹은 ‘동지적 결합’이라는 수평적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대통령 당선’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성사되면서 연대와 일치감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구심력의 약화가 차기 대선주자들의 움직임과 결합하면서 분화를 촉진하고 있는 셈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