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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방형남 칼럼]2005년의 ‘알파와 오메가’

입력 | 2005-01-12 18:09:00


새해 첫 달이나마 덕담과 희망에 묻혀 느긋하게 지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인생이다. 개인사와 비할 바가 아닌 국정(國政)에 이르면 하루라도 긴장을 늦출 여유가 없다. 그래서 전 세계의 지도자들은 새해가 밝기 무섭게 경쟁하듯 국정목표를 제시하고 결의를 다진다.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생각으로 신년사에서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다. 경제 살리기, 올해 대통령이 전념할 만한 목표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국가적 현안이 있다. 바로 북한의 핵문제다.

북핵(北核)이 해결될 경우와 반대의 경우를 비교해 보자. 올해를 그냥 넘기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이 해법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천만다행으로 갈등이 해소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북한 달래기’에 열심인 정부가 무슨 교류인들 주저할까. 북핵 해결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뒷받침하는 훈풍이 될 것이다. 북핵 이후의 북-미 관계 또한 현재와는 딴판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핵이야말로 올해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알파이자 오메가다.

▼北核은 곪는 중▼

북핵 문제는 작년 6월 이후 휴면 상태에 빠졌다. 잠자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현상 유지와는 거리가 멀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주 “북핵 문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이 힘들어진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부의 해법은 작년 하반기부터 사실상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다. 작년 9월 이전에 개최하기로 한 4차 6자회담이 가물가물해질 때는 ‘11월 미국의 대선 결과를 기다리자’가 대책이었다. 미국에 새 대통령이 등장하면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승리로 선거가 끝나자 기다림이 재개됐다. 부시 2기(期) 행정부의 출범을 기다려야 하고, 2월 2일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를 기다려야 하고….

그렇게 기다리느라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2년 3개월이 흘렀다. 기다리다 지치면 인내심이 고갈된다. 북한이든 미국이든 상대의 선의(善意)를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시점이 올 수밖에 없다. 이미 외국 언론은 시한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많은 말을 쏟아 냈다.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 “한국의 역량과 수준에 맞는 발언권을 행사하겠다”, “한국 국민의 뜻을 벗어나는 것은 누구든 강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발언 자체가 아니라 발언 이후 정부의 후속 조치다. 대통령의 발언이 북핵 해결을 위해 기여하려면 행동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또다시 미국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이 정부가 말하는 주도적 역할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하라’ 주문도 해야▼

정부가 진심으로 주도적 역할을 할 생각이라면 남한을 핵문제의 당사자는커녕 보조자로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의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비율을 따지기는 어렵지만 북핵 공전(空轉)의 책임은 미국에도 북한에도 있다. 미국을 향해 집중적으로 ‘하지 말라(don't)’는 주문을 했으니 북한에도 뭔가 ‘하지 말라’는 요구를 해야 균형이 맞는다. 미국과 북한을 향해 ‘이렇게 하라(do)’는 주문도 해야 한다.

오늘 신년 기자회견은 노 대통령이 구체적인 제안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부가 생각하는 돌파구가 남북정상회담 또는 특사 파견이라면 공개적으로 밝히고 추진할 시기가 됐다. 북한을 향해 올해가 마지막 기회이니 시간을 허송하지 말자고 촉구할 필요도 있다. 2월이 지나면 더 지켜봐야 할 ‘미국의 일정’도 없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