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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色이다]빨간내복 입으면 생명력이 넘친다

입력 | 2005-01-13 15:50:00


두어 달 전 취직한 제자가 첫 월급으로 어머니께 빨간 내복을 선물했노라고 했다.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풍습은 꽤 오래된 한국인의 색채 의식에서 비롯됐다.

색의 세계에도 사람처럼 외향적 성격과 내성적 성격이 있다. 빨강 주황 노랑과 같이 따뜻한 색은 외향적 성격에 해당하고 파랑 초록 연두와 같이 차갑게 느껴지는 색은 내성적 성격에 해당한다.

빨강은 외향적 성격, 즉 양(陽)의 기운을 가진 대표적인 색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빨강은 가시광선 중 가장 긴 7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로 자극이 강한 색이다.

동양적 사고에 따르면 귀신은 빨강을 싫어한다. 음의 기운에서 활동하는 귀신은 어둡고 축축한 상태를 좋아한다. 실체가 없는 귀신이 부정적 작용을 한다고 믿었던 우리 옛 여인들은 빨강이 주는 효과를 눈여겨보고 유용하게 활용했다.

동짓날 문설주에 팥죽을 뿌리거나 장을 담글 때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띄우는 것 또한 빨강의 적극적인 에너지로 삿된 기운을 물리치겠다는 섬세한 배려에서 나왔다. 군불을 지피던 시절, 불똥이 치마에 튀어 구멍이 난 자리를 빨간 천으로 기워 입던 풍습도 마찬가지다.

사계절 중 햇볕이 가장 적게 드는 겨울에 여성이 빨간 내복을 입는 것은 내복이 갖는 보온 기능은 물론 빨강이 주는 심리작용과 적외선 방출 효과도 함께 충족시킨다. 지금은 촌스러움의 상징이 된 빨간 내복에는 이렇게 나름대로의 과학적 사실도 들어 있다.

여성이 빨강을 몸에 지니면 시각적으로 활기차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활력소로도 작용한다. 스카프와 같은 빨간 액세서리도 좋고 빨간 수첩 또한 제격이다. 빨간 필기도구와 휴대전화는 그 자체로 포인트 역할을 하고 여성의 연약함까지 보완해 줄 수 있다.

굳이 빨간 내복이나 겉옷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성이라면 세련미 넘치는 최신식 빨간 언더웨어를 입어 볼 것을 권한다. 빨강은 생명력이 넘치는 색이다. 이번 겨울에는 빨강으로 활력을 되찾아보자. 적극적인 여성이 사랑받는 시대이다.

성기혁 경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khsung@kyungb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