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쁜 옥시의 신현우 사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미식가다. 아무리 간단한 음식을 먹더라도 ‘이거다’ 싶은 맛이 날 때까지 주방에 끊임없이 이것저것 요구한다.
늘 바쁘게 움직이는 옥시의 신현우 사장은 틈이 날 때마다 음식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즐거움을 찾는다. 그렇다고 해서 맛을 찾으러 일부러 ‘특별한 시간’을 할애하거나 ‘특별한 곳’을 찾아 굳이 나서지는 않는다. 그러기에는 너무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퇴근길, 출장길, 휴가길 등 그의 일과 속에서 틈틈이 음식과 접하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니 미식가라는 소리를 자연스럽게 듣게 됐다. 우동 가게에서 먹는 단무지 하나, 생맥주 안주로 나오는 땅콩 하나에서도 그는 맛을 찾는다.
이런 즐거움은 그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평소 가족이나 친지, 회사 부하직원들을 돌볼 겨를이 없는 그로서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삶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그의 맛길에는 항상 동행자가 있다. 다양한 음식은 그 맛도 맛이지만 모두에게 화젯거리를 제공하며 서로 교감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는 머릿속에 국내외 음식점 정보를 쫙 꿰고 있다. 어느 음식점을 가건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기억해둔다. 어느 메뉴를 말하건 그 메뉴를 잘하는 집 순서대로 줄줄 나온다. 누가 해외출장이라도 갈라치면 “그 도시 어디에 무슨 무슨 음식점은 꼭 들러보라”며 전화번호에 약도까지 쥐어준다.
몇 해 전 봄 그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와 로마를 돌며 ‘스파게티 여행’을 하기도 했다. 스파게티의 완벽한 맛을 찾기 위해 1주일동안 한 끼니도 빠짐없이 스파게티만 먹었다고 한다. 김치와 된장 생각이 나서 금세 물렸을 듯한데 오히려 반대다. 아직도 그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자주 떠올린다.
얼마 전 추운 어느 날 그와 함께 강남 역삼동 골목길에 있는 낙지집에 들렀다. 그를 맞는 가게주인의 표정은 반가우면서도 자못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주문을 마친 뒤 주방 앞에 서서 몇 마디를 덧붙인다.
“연포탕 끓일 때 생강도 넣어줘요. 근데 오늘 낙지는 신선한 거지? 제대로 끓여줘야 해요.” 그의 까다로운 주문에 맞추려 주방은 내내 분주하다. 그런데도 식당주인은 불편한 표정 없이 오히려 “맛있게 만드는 노하우를 한 수 얻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그의 ‘낙지론’은 더욱 진화한다. 연포탕에는 후춧가루를 넣어야 제격이고, 가는 실파를 넣어 끓이면 더욱 맛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모두 특별한 연포탕을 먹으며 기뻐했다.
시내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에서의 일이다. 스테이크가 나오자 그가 웨이터를 불러 세웠다.
“아무래도 몇 온스가 빠지는 것 같은데…보통 스테이크는 10온스가 기준인데 어떻게 된거지…?” 스테이크 무게를 논하는 고객 앞에 지배인이 서둘러 달려왔다. 그리고는 그의 지적이 맞았음을 인정했다. 함께했던 사람들은 추가로 스테이크 1인분을 더 먹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음식점에 가게 되면 참석자들은 언제나 그의 입을 바라본다. 그가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가 함께 자리하는 사람들의 재밋거리다.
세계 각양각색의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그이지만 맛이 자신의 절대기준에 미달하면 아무리 고급음식이라도 가차 없이 평가한다. 그리고 ‘이거다’ 싶은 맛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이것 넣어 달라, 저렇게 조리해봐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한다.
아무리 간단한 것을 먹더라도 나름대로 ‘완벽한 맛’을 찾아 가는 것,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맛’을 소개하는 것. 바로 이것이 그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맛에 대해 까다롭게 구는 이유이다.
다양한 재료가 가지는 여러 가지 맛의 어울림을 분별하고 감상하는 ‘절대미각’처럼 그는 일한다. 흑백 논리식의 이분법적 생각은 거부한다.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도전하고자 하는 욕구가 상승한다는 그는, 사소한 것에서 새로운 일의 힌트를 얻고 집요한 추진력으로 기회와 시장을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그의 음식에 대한 자세와 닮았다.
홍종희 웰빙소사이어티 대표 lizhong@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