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행복을 추구하는 주식회사.’ 기업 경영의 목적이 이윤 추구에 있다면 가정 경영의 목표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 추구에 있다. 여성의 가사노동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면 가사와 육아, 살림살이는 ‘인사 교육 재무관리’ 지식이 결합된 기업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정을 꾸리는 여성은 남편과 자녀를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의 비전 수립과 목표 달성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여성에게 가정의 최고경영자(CEO)가 돼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아줌마닷컴 황인영(黃仁暎) 대표는 “가정의 경쟁력은 여성의 의식 변화에서 나온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각 가정의 수준에 맞춰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禹在龍) 사장은 “여성은 가족의 의견을 듣고 조정하고 길을 터주는 ‘코디네이터’형 CEO”라며 “전문지식은 남편이나 금융전문가를 활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가정경제를 한눈에 보는 가정 ‘대차대조표’=주부 강미선(姜美先·37) 씨는 얼마 전 ‘나도 해볼까’하는 생각에서 대차대조표를 작성한 후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재산 목록과 부채, 지출 상황이 한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빚이 이렇게 많았던가, 아이들 교육비로 너무 많이 지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했습니다.”
강 씨는 대차대조표를 작성한 이후부터 남편의 수입으로 단순하게 살림을 산다는 생각을 버렸다. 물건을 살 때 가계 살림과 비교해 적정한지 따져보는 버릇도 생겼다.
가정의 대차대조표는 ‘현재 지고 있는 모든 빚을 다 갚고도 남는 재산이 얼마나 되는가’를 알려주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작성법은 간단하다. 재산 합계에서 부채 합계를 빼고 남는 것이 순(純)자산이다. 이 순자산이 마이너스이면 가계 재정은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외환은행 압구정지점 오정선(吳貞善) PB팀장은 “대차대조표는 정기적으로 작성해 비교해 봐야 우리 집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지 나빠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고 말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참여 경영=주부 김모 씨 가족의 휴가비 조달 방식은 기발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부부와 자녀가 각자 저금통에 1년 동안 동전을 모은다. 휴가를 앞두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각자의 저금통을 깬다. 모두가 긴장한다. 아빠가 모은 돈은 숙박비, 엄마는 여행지 경비, 자녀들은 군것질 비용 등을 책임진다.’
물론 저축액에 따라 휴가 장소와 예산이 결정된다.
결혼 6년차인 맞벌이 주부 이임주(李任珠·32) 씨는 매년 새해가 되면 남편과 함께 연간 목표와 저축액을 정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짠다.
이 씨는 “올해 목표는 은행 빚 4000만 원의 절반을 갚는 것”이라며 “매달 결산해 초과 지출이 발생하면 서로 용돈을 줄이기로 남편과 약속했다”고 귀띔했다.
이화여대 생활환경학부 문숙재(文淑才) 교수는 “남편과 자녀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계획을 짜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가족의 고민 등 비(非)재무적 요인의 해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미래경영=결혼 1년차 맞벌이 주부 김지은(金志恩·30) 씨는 2011년까지 7년 동안의 예상 수입과 지출 명세를 꼼꼼히 기록한 장기 예산계획을 짰다. 7년 후 저축 목표액은 1억 원. 목표 달성을 위해 장기주택마련저축 근로자우대저축 등 금융상품의 투자 기간도 7년에 맞췄다.
김 씨는 “시동생 결혼 등 7년간의 예상 지출 명세가 머릿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현재를 더 알뜰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어 좋다”며 “1억 원은 가족의 장래를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정생활개선진흥회 이영호(李映浩) 사무국장은 “기업처럼 장기적인 전망과 시각으로 가정경제를 꾸려나가면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능동적으로 가계를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경영=금융회사에 근무하는 맞벌이 주부 김종민(金鍾旼·44) 씨는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적극적인 스타일.
그의 투자 원칙은 ‘실패하지 않고 평생한다’는 것. 돈을 많이 벌자는 것이 아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부동산 투자는 현장답사 최소 5회, 주식은 잘 아는 종목 30개 중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만 산다.
그는 “정말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귀가 솔깃한 정보를 듣고 투자했는데 결과는 실패였다”며 “자신이 세운 투자 원칙대로 실천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니혼게이자이신문에는 일본 게이오대 교수의 기고문이 실렸다.
“국민에게 개미처럼 일하고 여유자금은 은행과 우체국에 저축하라고 60년 동안 교육한 결과 지금 일본 국민은 투자 리스크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DNA가 소멸됐다.”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姜敞熙) 소장은 “한국 여성들은 리스크를 크게 겁내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자세와 장기 분산투자 등 투자 마인드를 결합하면 저금리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강운 기자 kwoon90@donga.com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