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DMB를 체험해 본 사람들은 모두 화질과 음질이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안철민 기자
휴대전화 겸용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단말기를 켜는 순간 “생각보다 화질과 음질이 훨씬 좋다”는 느낌이 왔다. 크기도 맘에 들었다. 양복 상의 주머니에 쏙 들어갈 크기로 무게도 휴대전화와 별 차이가 없었다. ‘내 손 안의 TV’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11일 저녁 퇴근 시간에 버스에서 영화 ‘올드 보이’를 보는데 버스가 남산 1호 터널을 통과할 때 잠깐 화면이 끊긴 것 외에는 영화를 감상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DMB 단말기에 이어폰을 꽂아 혼자서 영화를 보다 보니 목적지까지의 40분이 훌쩍 지나갔다.
12일 저녁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분당선 구룡역까지 타고 갈 때도 동영상은 거의 끊기지 않았다. 한강을 건널 때엔 “전파 수신 세기가 약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수신이 되지 않았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10여 분에 한 번꼴로 아주 드물게 끊기는 정도였다.
통신회사가 그동안 준(SK텔레콤)이나 핌(KTF) 등을 통해 제공한 TV 화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했다. 지하철역에서 시민들에게 위성DMB 단말기를 보여 준 뒤 반응을 묻자 대체로 화질과 음질에 대해서 만족하는 편이었다.
색감이나 볼륨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채색 계열이 깔린 화면에서는 다소 어둡다는 느낌을 주었고 소음이 있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최대한 높여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또 화면이 작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장시간 시청을 하면 눈이 피로해졌다. 또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위성DMB를 시청하다 보면 차 안에서 책을 봤을 때 속이 울렁거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왔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꾸림정보(콘텐츠). 직장인이나 젊은이들이 고가의 위성DMB단말기를 사고 한 달에 1만3000원의 수신료(가입비 2만 원)를 내고 보려면 이들에게 꼭 필요한 꾸림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방송이나 케이블TV 채널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병기 기자 eye@donga.com
이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우정한 씨(고려대 경제학과 3년)도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