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미도’ 성공 이후 사회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힌 강우석 감독.
충무로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 사회에서 가장 힘센 사람을 비판하고 나섰다. ‘실미도’로 1000만 명 관객 돌파란 ‘신화’를 세웠던 ‘흥행의 귀재’ 강우석 감독(45)이 1년 만에 ‘공공의 적 2’를 들고 나왔다.
13일 밤, 경기 남양주시 종합촬영소에서 이 영화의 막바지 녹음 믹싱 작업을 하고 있는 강 감독을 만났다.
―이번엔 사학재단 이사장(정준호)을 ‘공공의 적’으로 삼았다. 사학에 불만이라도….
“전편의 존속살인범은 ‘잡범’이다. ‘실미도’ 이후 사회를 보는 눈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었다. 진짜 이 시대의 공공의 적이 누구냐, 중산층을 가장 짜증나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자가 누구인가를 되물었다. 사학재단 비리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돈을 가진 자가 그 돈으로 나쁜 짓을 한다는 이야기의 한 배경일 뿐이지.”
―부자가 잘못인가.
“이건 부자를 공격하는 영화가 아니라 ‘존경받는 부자가 되자’고 말하는 영화다. 지금을 ‘부자가 공격당하고 강남이 공격당하는 사회’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땐 ‘정말 착한 부자가 그렇지 못한 부자 때문에 숨죽이고 사는 사회’라고 해야 정확하다.”
―따지고 보면 시네마서비스 대주주인 강 감독이야말로 부자다.
“그래서 부자가 존경받는 쪽으로 가보자는 거지. 만약 내가 이 영화에 나오는 나쁜 짓 중 단 하나라도 한다면 그땐 난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거다. 내가 탈세를 한다든지 해외로 돈을 빼돌린다든지 한다면, 과거에 했든 지금 하고 있든 앞으로 할 것이든 난 작살난다.”
강 감독은 5월부터 바로 차기작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내용이 세금 안 내고 도망 다니는 놈들을 잡으러 다니는 코미디영화라고 말했다.
―사회문제로 흐르면 흥행엔 신경 안 쓴다는 건가.
“반대다. 이번엔 관객이 얼마나 ‘공공의 적’에 공분하는가가 흥행의 관건이다. 전편처럼 재미 위주로 가면 오히려 흥행이 안 된다. 왜냐.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거든. 사람들마다 ‘죽겠다. 미래가 불안하다’ 일색이거든. 더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재미’의 개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더 재밌는 거지.”
―‘충무로 파워 1위’인 강 감독이 ‘사회의 파워’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든다?
“좀 잘난 척하자면, 그건 맞는 얘기다. 그래서 나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공공의 적’으로 왜 하필 정준호를 택했나.
“그렇게 잘생긴 자가 악역을 하면 관객이 얼마나 즐거워하겠나. 잘생긴 놈이 악역 하는 게 진짜배기다. 얼굴부터 나쁜 놈 냄새 풀풀 풍기면 시작부터 하품 나온다. 겉으론 모범생으로 살고 속으론 ‘양아치’고, 이런 이중성이 진짜 나쁜 거다. 관객이 봤을 때 ‘저 악한 놈은 주인공이 이기기 힘들겠다’는 느낌을 확 줘야 한다. 극한까지 가야 돼.”
―전작 ‘실미도’가 관객 1000만 명을 처음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다음 영화 흥행이 부담될 텐데, 1년 만에 차기작을 들고 나왔다.
“내가 뭐 불멸의 한 작품만 남길 예술가도 아니고… 요즘 감독들은 뭐 하나 흥행하면 목에 힘이 들어가서 무슨 연구들을 하는지 (차기작에) 몇 년씩 걸린다. 욕먹는 거 겁내면 안 된다. 이번에도 1000만 명 갈 거냐고? 내 느낌에 300만∼400만(명)짜리 영화 같지는 않다.”
―흥행 비결은….
“감독은 자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돈을 버리게 하고 시간을 버리게 하면 안 된다. 그건 관객에 대한 배신이다. 관객에게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해야 한다. 관객이 조금이라도 짜증내면 미쳐버릴 것 같아야 한다.”
돈만을 숭배하는 사학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를 정의파 검사 강철중(설경구)이 응징한다는 내용의 영화 ‘공공의 적 2’는 27일 개봉된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