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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박동순]철저한 검증만이 인사시비 막는다

입력 | 2005-01-13 18:12:00


일부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문책 경질’로 교육부총리 인사 파동이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번 인사 파동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인사에 대한 정치의 개입과 정부의 도덕적 해이에 있다고 할 것이다. 고위공직 임명 대상자의 도덕성 검증을 위한 제도가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와 도덕 불감증으로 무시돼 왔다.

우리나라의 고위공직자 인선 및 검증제도는 아직 전근대적 수준이다. 6명의 장관을 임명하는 데 3일 동안 왜 30명씩이나 검증해야 하며 검증기준과 결격사유는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장관 임명에 있어서 누구를 최종후보로 추천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대체로 대통령의 의중대로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검증이다. 정치적 영향이나 여론의 압력을 배제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검증제도를 확립하여 능력과 자격, 도덕성 면에서 국민의 공복이 될 수 있는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철저한 인사검증이 이뤄져야만 누구도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검증은 후보자에 관한 모든 것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검증을 ‘철저히 찾아낸다’는 뜻에서 ‘빗질한다(combing)’는 말을 사용한다. 대통령 인사비서실이 여러 경로를 통하여 추천된 다수 후보자를 자체 검증하여 이 중 한 사람을 뽑아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후 그에 대하여 종합적인 검증을 실시한다. 최종후보자는 43개 항에 달하는 개인인사기록 설문서 외에 국가안보직책 설문서, 재산현황 보고서, 연방수사국(FBI) 개인배경 조사 동의서, 건강기록 공개 동의서, 세금납부상황 조사 동의서 등 다섯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검증은 대통령비서실의 감독하에 FBI, 국세청(IRS) 및 정부윤리사무국이 행한다.

가정부를 고용한 일이 있는지, 100달러 이상의 교통범칙금을 낸 일이 있는지, 세금 문제로 벌금이나 형을 받은 일이 있는지, 피소되어 형을 받은 일이 있는지, 가족 이웃 또는 대통령에게 누(累)를 끼칠 수 있는 일을 한 적이 있는지를 후보자 개인인사기록 설문서에 스스로 밝혀야 한다. 재산 및 보유 주식이 맡게 될 공직과 이해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도 포함된다.

지난 200여 년간 미국 상원에 인준동의 요청된 900여 명의 장관 중 인준이 거부된 사람은 10여 명에 불과하지만 지명된 후 스스로 중도하차한 사람은 부지기수다. 철저한 검증이 사전에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검증은 ‘알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만천하에 ‘알몸’이 될 각오가 없으면 대통령의 임명 제의를 못 받아들인다. 인선이 발표되면 언론 및 사회단체의 ‘여론 검증’도 받아야 한다.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든지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사태가 이때에 벌어진다. 정부기관에 의한 공식 검증이 끝나면 상원에서 인사청문회를 받게 된다. 이런 이중삼중의 검증이 보장되지 않는 어떤 인사제도도 공정한 인사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동순 전 이스라엘 대사